기자명 이정은 기자
  • 입력 2020.01.26 10:00

초대장 받은 소수만 참여...축의금은 3, 5, 10만엔 등 홀수 맞추기

신랑, 신부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선물을 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선물을 준뒤 즐겁게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뉴스웍스=이정은 기자] 우리나라와 생활풍습이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비슷하다고 일컬어지는 일본.

하지만 결혼식은 우리나라와 상당히 다르다.

친인척은 물론 평소 친분이 있으면 청첩장을 '아낌없이' 돌리는 우리나라 결혼문화와는 달리 일본은 초대장을 통해 참석을 바라는 소수의 인원만 참석한다.

오랜 일본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최근 다녀온 일본 고베시에서의 결혼식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객을 위해 마련한 한 편의 연극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자가 일본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은 시점부터 결혼식 현장에 다녀오기까지 느낀 점을 정리했다.

 

하객 각각의 자리에 이름표가 놓여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하객 각각의 자리에 이름표가 놓여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결혼식 8개월 전 초대...청첩장 받으면 '참석 여부' 밝혀야

일반적으로 이르면 2~3개월 전에 초대하는 우리와는 달리 결혼식 8개월 전이라는 다소 이른 시기에 참석 의사를 물어왔다. 해외에서 이동해야하는 만큼 배려 차원에서의 이른 초대일 가능성도 있지만, 정확한 참석 인원을 파악한 후 결혼식장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인원 수는 특별히 정해져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가족·친지·소수 지인만 초대하는 경우 100명 내외로 구성된다. 기자가 참석한 결혼식에는 약 8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작은 결혼식장이 150석, 큰 결혼식장의 경우 1000석 등으로 구성되는 우리나라 결혼식보다 참석자가 훨씬 적다.

정식 청첩장은 결혼식 약 2개월 전에 발송됐다. 일본에서도 최근에는 모바일 청첩장을 돌리는 추세로, 기자도 라인(LINE) 메신저로 청첩장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 청첩장과 가장 다른점은 '참석 여부' 확인이다. 결혼식 장소, 일시, 오는 방법 등을 안내하는 일반적인 내용 뒤 '저희 결혼식에 참석하실 수 있으십니까?' 하는 참석 여부를 물어온다. 답변 시한은 청첩장 발송일로부터 약 한 달 뒤이다. 결혼식까지 약 한 달을 남긴 시기이기도 하다.

축의금은 3, 5, 10만엔 등 홀수 단위...예외도 있어

축의금 문화는 우리와 조금 닮아있다. 3, 5, 10, 20 등 홀수에서 시작해 5, 10만원 단위로 축의금을 주는 우리와 비슷하게 일본은 3, 5, 10만엔 식으로 앞자리를 홀수에 맞춰 10만엔 단위로 결혼 축하금을 낸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1, 2차에 걸쳐 결혼식을 올리는데 1차에서 반지 교환과 성혼 서약을 하며, 2차에서는 참석한 하객들과 함께 피로연을 갖는다.

기자가 참석한 결혼식은 일반적인 일본 결혼식과는 다소 다른 1.5차 결혼식으로, 반지를 맞교환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양가 가족 소개와 피로연을 겸하는 자리였다. 따라서 일반적인 축하금액과는 다른 액수를 냈지만 홀수 단위인 점은 같았다.

결혼식 내내 하객 소개하는 부부...'내 차례 올까' 긴장

주례가 신랑과 신부에게 혼인할 의사를 물으면 네!" 라고 답변할 때외에는 신랑과 신부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우리나라 결혼식과 달리, 일본의 결혼식은 식 내내 부부의 인삿말과 하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객들이 본인의 이름이 쓰여진 지정석에 앉아 있으면 식장이 어두워지고 신랑, 신부가 함께 등장해 식장 가운데 '버진 로드'를 지나 메인 단상에 앉아 하객을 바라본다. 이후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결혼식이 진행되며, 부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축사를 전한 후 건배를 하며 결혼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신랑, 신부의 친구가 결혼식 축가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신랑, 신부의 친구가 결혼식에 앞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신랑, 신부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및 가족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신랑, 신부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및 가족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신랑과 신부는 사회자와 함께 모든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하객 소개를 한다. 직장 동료석, 친구석, 가족석 등 테이블별로 하객들이 모여 앉아 있으며, 사회자는 이들에게 "부부에게 덕담 한마디를 남겨달라"라는 식의 돌발 질문을 하며 마이크를 넘기기도 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합니다" 등의 목소리를 전하며, 하객이 단지 결혼식의 관객이 아닌 일부가 되는 모습을 보인다.

부부의 하객 소개가 모두 끝나면 신부는 아버지와 함께, 신랑은 어머니와 함께 하객에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잠시 퇴장한다. 이후 '이브닝 드레스'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신부와 신랑은 하객을 위한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 행사를 진행한다.

부부는 케익 커팅식을 한뒤 서로에게 케익을 먹이며 다정한 모습을 하객에게 보여줬다. 대학 시절 합창 동아리를 했던 신랑과 그의 친구들은 우렁찬 축가 공연으로 식장 분위기를 달궜다. 또한 하객들을 대상으로 추첨 행사를 벌여 부부가 신혼여행지에서 사온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객들은 혹시나 본인이 당첨될까 기대하며, 지루할 틈 없이 결혼식에 녹아들게 된다.

인사 후 함께 퇴장하는 양가 가족

선물 추첨 행사가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부모님을 향해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읽는다. 어릴 때 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의 추억을 전하는 편지를 읽는 신랑, 신부의 목소리는 금새 떨리는 목소리로 변한다. 편지 내용을 듣는 부모님들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인다. 이후 양가 가족의 선물 교환식을 마지막으로 결혼식은 막을 내리게 된다.

이때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님이 함께 일렬로 서서 식장 내 하객에게 "바쁜 시간을 내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한다. 신랑과 신부만의 결혼식이 아닌, 가족 행사라는 점이 확실히 드러나는 점은 우리와도 많이 닮아 있었다.

작지만 알찬 일본의 결혼식...참고할 점 많아

일본의 결혼식을 다녀오며 느낀 점은 '하객도 결혼식의 일부'라는 점이 확연히 와닿은 것이다. 단순히 축의금을 내고 박수만 치며 졸다가 밥 먹고 돌아오는 결혼식이 아닌, 부부가 직접 하객을 소개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며 하객이 식의 일부가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실속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일본의 작은 결혼식은 우리나라 결혼 문화에도 여러 시사점을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도 작은 규모로 결혼식을 올리는 일명 '스몰 웨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큰 예식장에서 꽃값 등으로 많은 비용을 치르며, 하객으로 누가 왔다 갔는지도 잘 모르는 일명 '도떼기 시장' 같은 결혼식 문화에서 벗어나 작지만 의미있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사람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나온 것이 '스몰 웨딩'이다. 최근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배우 이나영, 원빈 부부 등 정상급 연예인들이 친한 지인들만을 초대해 작은 결혼식을 올리며 점점 '스몰 웨딩'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다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결혼식을 다녀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본 결혼 문화가 알맞지 않을 수 있다. 이날 결혼식 진행에 소요된 시간은 약 3시간에 달했다. 짧은 주말이 금새 지나갔다.

하지만 소수의 하객으로 결혼식 자체의 의미를 높이고자 하는 예비 신혼부부라면 '스몰 웨딩' 식으로 진행되는 일본의 결혼식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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