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27 08:00
정확히 파악해야 연령별 수요 따른 대책 마련…상담·지원 전문가 양성 절실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고립의 극단적 형태인 은둔은 주로 청년기에 발생한다. 대학교 진학, 취업, 자산 형성, 결혼 등 생애 전환을 위한 각종 과업 달성이 과거보다 힘들어진 데다 경력직, 계약직, 비정규직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괜찮은 직장'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의 '고립의 사회적 비용과 사회정책에의 함의'에 따르면 은톨이가 만 19세부터 1인 가구로서 독립적 경제활동 없이 사회활동에 끝내 복귀하지 못한 채 숨진다고 가정했을 때, 64.8년의 기대여명 동안 16억4500만원이란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만약 만 45세 은둔 생활을 시작한 뒤 탈은둔에 실패, 숨질 경우 총비용은 10억500만원이다. 여기에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주거급여, 국민부담액(조세·사회보장기여금) 등이 포함된다.
무엇보다 은둔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사회에 조속히 재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당사자가 헌법상 권리인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국가적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40대 이상 64세 이하' 부서 공백
현재 은둔고립청년은 51만6000명, 가족돌봄청년은 10만명으로 추정된다. 매년 자립준비청년 2000여 명이 보호시설에서 퇴소한다. 작년 자립 수당을 받은 자립준비청년 9958명 중 41%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나타났다.
2023년 3월 청년기본법 개정으로 취약층 청년에 대한 정의가 신설됐다. 취약층 청년이란 고용·교육·복지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의미한다. 국가와 지자체는 청년정책을 수립·실시할 때 취약계층 청년에 대한 별도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문도 만들어졌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해 취약계층 청년들의 안정적 자립을 돕기 위해 청년복지 5대 과제를 발표했다. 사회적 고립청년, 가족돌봄 청년, 자립준비 청년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은둔고립청년이 새로운 유형의 취약계층으로 들어가면서 정책 추진의 근거는 마련됐지만 원론적 접근에 머문 상태다. 여전히 미약한 사회적 인식 속에 예산 투입 우선순위에서 밀려 실행이 굼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부처는 정책사업 대상자를 연령별로 구분한다. 교육부는 초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등에 따라 초·중·고생과 대학·대학원생을, 여성가족부는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청소년(9~24세)을, 국무조정실은 청년기본법에 따라 청년(19~34세)을,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7세 이하의 미취학 영유아를,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을 챙긴다. 대체로 지자체는 39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이러다 보니 40대 이상 64세 이하는 관장 부서가 따로 없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서도 은둔고립자가 상당수 발견되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있지만 은둔고립자를 돕는데 충분한 역량과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상당수다. 연령별로 나눠지는 칸막이 행정의 병폐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를 갖출 때다.
주상희 한국외톨이부모협회 공동대표는 "관련 부처가 모두 합쳐 은둔고립청년 문제를 해결할 TF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되고 교육부와 여가부, 고용부 등이 적극 도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움에 어려움 느껴…적극적 발굴·홍보 요구
은톨이는 치유나 상담에 대한 동기가 적고 전문기관의 개입에 대한 거부감도 높다. 이들을 찾아내 각종 서비스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 상 반드시 본 동의를 얻어야 한다. 본인이 거부하면 지원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은둔고립자에게 어느 범위까지 어떤 방법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도 논의해야 할 과제다. 제한된 예산과 지원 효과를 감안할 때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부터 지원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자신의 심각함을 잘 모르는 사람을 방치하는 것도 곤란하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신의 고립은둔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필요로 하는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가능성 및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새로운 경험 자체에 대해 불안해 지원체계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례에 대해 적극적인 발굴과 홍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은톨이 규모는 '추정치' 불과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수립한 은둔고립 지원방안은 온라인 설문조사에 근거해 마련됐다는 한계를 지닌다. 은둔고립청년 규모도 추정치일 뿐이다. 은톨이와 은톨이 위험군 규모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는 없다.
점점 늘어나는 은톨이를 현 수준에서 멈추게 하려면 국가적으로 지역별 표본추출 가정에 대한 방문 조사를 실시, 구체적 통계 자료를 확보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오상빈 광주동구청년상담복지센터장은 "8~9세부터 64세까지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별로 인구조사처럼 가정을 찾아가 조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작업을 통해 은톨이 규모를 보다 정확히 파악해야만 그들의 필요에 맞춘 대책을 입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톨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존재하며 연령별로 문제와 욕구가 다양하다. 청소년은 학업과 진로에 어려움이 많고 청년은 주거와 취업, 결혼에서 고민을 호소한다. 중장년은 대부분 단독 세대로 고독사 위험에 직면한 상태다. 이들을 위한 정책 마련과 상담·지원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
근본적으로 은둔 해결은 당사자의 몫이다. 스스로 의지를 갖고 작은 행동부터 실천에 옮기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은둔고립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 관련 정책의 효과적 홍보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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