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28 00:05

"한국, 2050년 세계 최초 고령인구 비중 40% 돌파"…재정지출 구조조정 꼭 단행돼야

박명호(왼쪽부터)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김연정 세무사, 이재면 기재부 조세정책과장이 25일 ‘성장 회복-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세제개편 대톤론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박명호(왼쪽부터)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김연정 세무사, 이재면 기재부 조세정책과장이 25일 ‘성장 회복-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세제개편 대톤론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국은 오는 2040년 고령인구 비중이 34.4%로 35.3%의 일본에 바짝 다가선다. 2050년에는 40.1%로 40%벽을 돌파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60년까지 비OECD 국가를 포함해 우리나라만이 2060년까지 40%를 넘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제도를 유지하면 국가채무는 계속 늘면서 정부재정은 지속불가능 영역에 도달할 것이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나라 조세정책의 수명은 지나치게 짧고 정치권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인기영합적이고 득표에 유리하도록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 있게 운영될 때 모든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최근 세법의 제·개정은 충분한 고민, 검토 및 의견수렴없이 너무 쉽게 매년 이뤄지고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성장 회복-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세제개편 대톤론회’에 참가한 토론자들의 우려와 비판이다. 

국회의 ‘여소야대’가 일상화되면서 핵심 재정정책에 관한 결정권이 정부에서 정치권으로 옮겨진지 오래다.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영혼마저 능히 파는 사람이란 비판을 받는다. 명분만 있다면 유권자에게 혈세로 모은 공금을 뿌려 인기를 얻으려고 한다. 

선거철만 되면 진보·보수정당을 막론하고 대중영합주의 공약이 쏟아진다. 거의 대부분이 예산 지출 증가를 수반한다. 이로 인한 적자재정 확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재정준칙이다. 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한국만이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원성훈 기자)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원성훈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발의됐던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국회 처리가 마냥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10월 재정준칙 법제화를 발표한뒤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 등의 반대로 8월 임시국회에서도 기획재정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정준칙 도입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예산안·추경안을 편성할 때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가 GDP의 3%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 이내로 편성해야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구매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최대 10%를 사회적기업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회적경제법과 동시 통과할 것을 요구하면서 논의가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심의과정에서 재량권 축소로 지역구 예산 타내기가 지장받을 것으로 우려하며 의원들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경기 둔화로 올해 상반기에만 국세 수입이 39조7000억원 줄었고 관리재정수지는 83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은 감세 위주로 편성되었다는 야당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진선미 의원이 25일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진선미 의원이 25일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진선미 의원도 이날 개회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경제 부양을 위한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기는커녕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채 사회 재분배를 악화시키는 정책만 펼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민생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을 회복하고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정도로 빨리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대응해야 하는 거대한 전환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조세재정전략' 발제를 통해 “감세는 세금을 낼 여력이 있는 가계나 기업이 이득을 누리는 정책이라고 전제한뒤 "한국과 같은 저세부담 국가에는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2023년 세법 개정안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대규모 세액공제, 가업승계 증여세 저율과세 구간 상향을 통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큰 감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칙적으로 OECD 평균에 비해 빈곤율이 높은 한국이 대주주, 대기업, 고자산 계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받아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정 교수는 “매출액 1조원 기업에 최대 1000억원을 과세표준에서 빼주는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세 및 증여세 본연의 기능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독일처럼 기업의 노사경영이 정착되고 사회적 감시도 강력한 사회에서도 기업의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자산에 대해서만 엄격한 조건을 달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은(왼쪽부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25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세은(왼쪽부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25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세제 개혁 방향으로 ▲대기업 법인세 감세 철회 ▲고가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철회 ▲가업상속 공제 재설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증여세 합리화 ▲고자산 금융소득자에 종합과세화 ▲중산층 이하 직장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소득세 기본공제 150만원에서 170만원~200만원 상향 ▲무주택자의 주택임차자금 원리금 상환에 따른 특별소득공제 대상을 총급여액 2억원 이하 근로소득자로 제한 등을 제시했다.

정부의 내년도 세제개편안 중 비판을 가장 많이 듣는 분야가 가업승계시 적용되는 증여세 저율과세 구간을 60억원 이하에서 300억원 이하로 높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의 채은동 연구위원은 이날 ‘정부 세정안 평가 및 대안 모색‘ 발제에서 “정부 개정안은 증여가액 70억원 이상의 수십명의 소수인원에게 최대 23.3억원의 혜택을 준다는 것이어서 통과 불가 항목”이라고 못박았다. 60억원 초과 가업승계 증여건수는 2017년 14건, 2018년 8건, 2019년 3건, 2020년 6건, 2021년 6건, 2022년 26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최인혁 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부연납 기간 확대와 대분류 내 업종변경 허용은 가업승계 직후 과도한 납세부담을 줄여주고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유연하게 대응할 길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추진방향”이라면서도 “증여재산가액 60~300억원 구간에 해당하는 기업들 수가 상당히 제한적인 만큼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업승계를 장려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라며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냉정히 평가받고 인수합병 절차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의 고유기술과 일자리가 시장에 잔존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해주는 것이 정부 역할로서 더 적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결혼자금 증여공제 확대보다는 기본소득처럼 결혼하는 청년층에 일정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자녀 관련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자식이 가업을 승계하는 것을 지원해야할 논리적 이유가 없으며 필요하다면 납부 연기를 허용하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김연정 세무사도 “수혜대상자가 극히 소수이므로 실효성이 낮다”며 “현행 기본공제 10억원을 20억원으로 높여 영세기업의 영속성을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성장 회복-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세제개편 대톤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성장 회복-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세제개편 대톤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신용카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소득공제 제도는 이미 목표를 달성한데다 제도가 복잡해 자신이 누리는 혜택 수준을 파악하기 힘든 상태다. 채은동 연구위원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저소득층의 혜택이 증가한다”며 “세액공제율을 10분의 1로 설정할 경우 총 급여 8000만원을 기점으로 이하 소득자는 유리하고 이상 소득자는 세부담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조세는 국가가 운영되는 기본 재원인 동시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추고 있다. 통계청은 2050년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46.9%에 달한 것으로 예상했다. 고령인구는 늘어나고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면서 복지 분야 재정지출은 더 증가할 것이다. 전체 납세자의 부담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출 구조조정이 반드시 단행되어야할 이유다. 

지방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자동연동부터 폐지하고 학령인구 감소세를 반영한 예산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인구감소 본격화 추세를 감안해 향후 국민연금 부족분의 일정 부분을 교육재정에서 보충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상속세 역시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면서 세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과표구간과 공제제도를 함께 개편해야한다는 것이 세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응능과세의 원칙을 제대로 구현하면서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한 합리적인 세제 개편이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감세포퓰리즘은 국가재정을 흔든다. 아무런 조건없이 국민에게 소득을 준다는 기본소득은 근로의욕 감소만 초래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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