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25 05:55
발굴·지원 돕는 학교사회복지사 '고용조건·처우' 열악…"관련 법률 '인력배치 명문화' 필요"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십여년 만에 돌아온 학교 현장에서 다시 한번 깨닫는 건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학교사회복지실 '쉼터’가 주는 치유의 효과이다. 학급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처음엔 주변인으로 들어와 점차 복지실 VIP가 되고 도우미가 되고 때론 후배의 멘토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결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서로를 돌아볼 여유와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로부터 지난해 11월·12월 이달의 학교복지사로 선정된 김해정 성남 도촌중학교 학교사회복지사의 소감이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우등생을 존중하는 한국 교육 현실에서 보람과 흥미, 소속감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사이에서 중재자로 움직인다. 사회복지사로서 체득한 경험과 아이디어, 식견으로 교사가 찾기 힘든 해결방법을 제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사회복지사는 경제적 어려움, 가정폭력, 학교 폭력을 당했거나 의사소통 기술 부족 또는 분노조절 미숙으로 따돌림 받는 위기 학생을 위로하고 지원한다. 담임교사, 교장·교감,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과의 협조 아래 부모 등 주 양육자와 상담하고 주민센터, 사회복지관, 아동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지원대책을 강구하는 전문가이다.

◆학교사회복지실, 해방구이자 아지트
학교사회복지실은 수업 이전이나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 학생이 친구 또는 혼자 와서 휴식을 취하거나 보드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교실이나 아플 때 찾는 보건실과는 달리 어떤 걱정이나 고민도 학교사회복지사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 학생에겐 해방구이자 아지트, 오아시스와 다를 바 없다. 특히 기초생활수급가정 자녀는 물론 언어와 문화 차이로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소셜워커'를 통해 "교사들이 가장 어려운 순간은 교실 내 다양할 갈등 상황 속에서 도전적 행동에 나서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는 일과 나머지 학생들의 수업권을 지키는 일"이라며 “1시간 내내 자습하거나 담임 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사회복지사가 문제 학생을 맡는 동안 담임은 대다수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는 많은 시간동안 공부하고 또래관계를 유지하며 보내는 공간이다. 문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해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누나나 언니, 형이나 동생이 없는 1인 자녀 시대를 맞아 사회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학업 부적응, 학교폭력, 이성 및 친구 불화 등으로 상처를 받고 나서 회복에 실패하면 좌절감이 커진다. 초등학교 시절 시작된 관계단절이 지속된 채 중학생이 되면 문제학생으로 찍힐 우려가 높다. 학교를 속박으로 여길 경우 등교가 싫어져 지각하거나 조퇴할 수 있다. 외부의 적절한 개입과 치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석이 반복되면서 자신만의 공간에 틀어박히게 된다.
이솔지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는 “아동청소년기에 전문가 개입 시기를 놓쳐 뒤늦게 정신병원에 가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초·중·고교 학교사회복지실과 상담실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행 22년차 교육복지사 배치비율 전국 평균 13.5% 그쳐
학교사회복지사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의료사회복지사와 함께 사회복지사 중에서 대표적인 전문가집단이다. 위기 아동과 청소년을 학교에서 찾고 통합지원의 축을 마련하는 이들의 역할을 이해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은 '당연히 있어야 되는 선생님’으로 여긴다.
통상 사회복지사 2급을 따는데 2년, 1급은 5년 소요된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1급 소지자가 학교에서 수련지도자로부터 총 1000시간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은뒤 지필평가와 수련평가에 합격해야 발급받는 국가자격증이다. 대체로 1년 걸린다. 2020년 8월 민간시험이 마지막으로 실시된 뒤 2020년 12월부터 국가자격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고용조건과 처우도 열악하다. 교사, 상담교사, 양호교사, 영양교사, 사서교사와 달리 정규직이 아니다. 두 가지 사업으로만 고용되고 있어 일할 자리도 부족하다. 사회복지사의 84%가 정규직이고 9.1%는 무기계약직, 6.9%는 계약직인 것과 비교된다.
교육문화 여건이 떨어지는 도시 저소득지역 학생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기위해 교육부가 2003년 시작한 교육복지우선사업은 시행 22년차를 맞았지만 지난해 8월 현재 교육복지사 배치비율은 전국 평균 13.5%에 머물고 있다. 교육복지사의 대부분이 2013년이후 시도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을 뿐이다.
지자체 학교복지사업은 경기도에서만 진행 중이다. 지자체와 지역교육청 간 업무협약에 따라 학교장이 한시적으로 학교사회복지인력을 채용한다. 2003년 과천 관문초교부터 시행되었지만 고용해지와 재계약, 신규채용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권수민 학교사회복지사는 “9년차가 되었지만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토대로 1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시청 교육청 학교 중 어느 소속도 아닌 상태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복지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교는 소수에 그친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으로 교육복지사가 근무하는 학교 수는 2018년 1,515개교에서 2023년 1,617개교로 소폭 늘어났다. 오히려 지자체 학교사회복지시업 학교 수는 같은 기간 135개교에서 118개교로 줄었다.
노경은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은 “학교사회복지사 자격규정은 마련되었지만 배치규정은 없고 처우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회복지사업법에 학교사회복지를 실천현장으로 명시하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규정해야 하며, 초중등교육법에는 교육취약계층에 대한 교육 규정을 통해 학교사회복지사업의 근거와 인력배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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