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27 10:25

정부 '대화 요청'에 의협 대화조건으로 "복지부 장·차관 파면" 요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활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활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행정안전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27년 만에 확대하는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요조건"이라며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범정부적으로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중증환자와 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해 "전공의 병원 이탈로 시작된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길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 장관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는 "지방의료기관에서는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고 지방의 환자들이 병원까지 가는 길은 너무도 먼 상황"이라며 "확대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에 집중 배치해 지역의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의대생이 지역 의료기관에서 수련받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함께 강화할 계획"이라며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 제도를 도입하고 장학금, 수련비용 지원과 함께 정주여건을 개선해 경쟁력 있는 지역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또 "2027년까지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 증원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국립대 병원이 지역 필수의료의 중추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지역 종합병원도 집중 지원해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체계를 반드시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의료계는 의대 2000명 증원 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 교육역량도 증원 규모에 맞춰 확보할 수 있다"며 "내년 3월에 입학하는 학생이 통상 본과 과정을 시작하는 2027년까지 3년의 준비기간이 남아 있다. 3년간 교수증원, 강의실, 실습실 확충, 실습기자재 확보 등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전날부터 의대 증원에 필요한 교육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별로 교원 증원, 교육 시설, 실습 시설, 기자재 확충 등 8개 분야에 대한 대학별 수요조사가 시작됐다. 정부는 각 대학의 수요를 반영해 다음 달 중 의대 교육여건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의료계 관계자들은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며 "산적해 있는 의료현장의 난제를 함께 풀고, 의료 정상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함께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주고,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정부는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적극 소통하겠다. 의료계의 의견과 제안을 경청하고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서울대 연건캠퍼스 내 의과대학 대회의실에서 의료계 관계자들과 의료 개혁 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서울대 연건캠퍼스 내 의과대학 대회의실에서 의료계 관계자들과 의료 개혁 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

현재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에 착수한 상태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계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의료계와 대화를 추진함에 있어 공식적인 대화 채널이 없어 여러 어려움을 듣고, 정부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기도 어려웠다"며 정부와 의료계간 대화체 구성을 요청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전공의 등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의정 합의체가 아닌 정부와 의사단체 양측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공신력있는 '범사회적 의료개혁 협의체'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의료계의 가장 큰 집단인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의협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원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 있다'며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의협은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라며 정부에 반박하고 있다.

의협의 대정부 투쟁은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이 "오히려 의대정원을 지금보다 500명 내지 1000명 줄여야 한다"며 정부의 증원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 교사·방조 혐의 등으로 고발한 의료계 인사이기도 한 임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에 더해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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