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27 12:16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7일 이천에서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7일 이천에서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채윤정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27일 "지난해 HBM3 제품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고 이달부터 HBM3E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HBM 1등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 사장은 또 "차세대 HBM4 등 차별화된 AI 메모리 솔루션으로 다시 다운턴이 찾아와도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27일 경기도 이천시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2013년 TSV(실리콘관통전극) 기반으로 HBM을 개발했는데, 당시에는 사업성이 높지 않았지만 확신을 가지고 사업을 포기하지 않아 HBM 분야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비·소재 등 사업 파트너사들과 MR-MUF를 개발했고, 이 제품이 경쟁사보다 뛰어나 HBM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MR-MUF는 SK하이닉스의 HBM 제조 기술로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넣은 후 한 번에 굳히는 공정인 데 이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칩 하나를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까는 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 공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SK하이닉스가 MR-MUF 방식으로 12단 HBM3E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엔비디아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는 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왜 좋지 않냐는 주주의 질문에 대해 "엔비디아는 GPU 등 제품인데 작년에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한 D램 판매량은 한자릿수로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품이 수요 부재로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엔비디아와 차이가 났다"며 "올해는 HBM 공급이 두자릿수로 올라가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D램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보였다. 곽 사장은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은 D램의 가격이 4분기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됐고, 올해는 수익성 개선이 기대가 된다"며 "올해 수요와 공급이 안정화되면서 시장이 회복기에 진입했고, ICT 수요는 조만간 정상화될 것이다. AI 향 메모리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차세대 디바이스의 교체 수요 확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빠른 기술 발전으로 컴퓨팅 요구사항이 높아지고 HBM 등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고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DDR5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회사가 2020년 10월 DDR5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 최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이다"며 "LPDDR5(저전력 DDR5) 모바일 시장 뿐 아니라 그래픽 시장에서는 GDDR7도 적기에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낸드플래시 시장 부진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 낸드 사업에서 과감한 투자로 점유율을 늘렸지만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이제는 점유율 중심이 아닌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할 것이다. 낸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지만, 낸드 투자 프로세스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토모티브, 게임 등으로 포트폴리오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7일 이천에서 개최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그는 2020년 90억달러(12조원)을 투자해 미국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법인 솔리다임도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지만 최근 실적 개선세가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곽 사장은 "빅테크 기업에서 솔리다임의 eSSD(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구매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솔리다임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솔리다임이 보유하고 있는 eSSD 고객에 대한 이해도, 제품 경쟁력, 고용량 스토리지는 물론 SK하이닉스 기술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시장에 맞춰 다양한 고객 요구와 기술 변곡점에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AI 추론에 특화된 PIM 제품 등이 그예이다. AI 메모리 등 고객은 컴퓨팅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또 'AI에 대해 내년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를 묻는 주주의 질문에 "올해는 기본적으로 AI 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매출과 수익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동시에 업황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쪽 모바일 및 서버, 데이터센터 쪽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D램 사업도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실적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턴어라운드하는 현상이 확연히 보이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기업 가치를 올리고 주주 여러분께 만족을 드리는 한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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