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보기자의 車돋보기] 신차효과 없는 '벨로스터'...활로 찾아야

각종 고객행사에도 판매량 '바닥'…차 콘셉트 맞춘 새전략 보여줘야

2018-09-14     박경보 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지난 2월 야심차게 출시한 현대차 벨로스터가 신차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채 끝없는 부진에 빠져들었다. 고성능차 ‘벨로스터N’만 이슈가 될 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전혀 확보하지 못한 모습이다. 각종 ‘심폐소생’에도 깨어나지 못하는 벨로스터를 일으켜 세울 방도는 ‘메스’를 들어 직접 수술하는 것 뿐이다.

현대차가 발표한 벨로스터의 지난달 판매량을 보면 벨로스터는 정말 신차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벨로스터의 8월 판매량은 불과 681대. 물론 i30(272대)와 i40(24대), 엑센트(520대) 등 다른 비인기차종들보다는 사정이 그나마 낫지만 ‘신차’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아쉬운 실적이다.

올해 전체로 봐도 벨로스터는 월간 300~400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처음으로 500대를 넘겼다. 출시 첫 달인 2월엔 109대에 그쳤고 3월 279대, 4월 435대, 5월 335대, 6월 327대, 7월 312대였다.

물론 벨로스터는 수요층이 한정돼 있어 아반떼 같은 주력차종으로 성장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대차’의 신차라면 적어도 월간 1000대는 넘겼어야 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벨로스터와 같은 시기에 출시된 싼타페TM이 매달 1만대 가까운 판매량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씁쓸함 마저 느껴진다.

현대차도 이를 의식했는지 벨로스터를 대상으로 유독 많은 고객 체험행사를 쏟아내고 있다.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한 일종의 ‘심폐소생술’ 인 셈이지만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반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출시 이전부터 이동식 프라이빗 쇼룸 ‘벨로박스’를 서울과 부산에 설치해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했고 출시 두 달 만인 4월에는 사운드 품질을 대폭 강화한 ‘JBL 익스트림 사운드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모델들이 '프립'과 함께 떠나는 '벨로스터 3박 4일 렌탈 이벤트'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또 지난 5월에는 고객 체험형 드라이빙 프로그램인 ‘벨로스터 익사이팅 데이’를 열고 고객들이 주행성능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고 부산국제모터쇼 기간인 6월에는 3박 4일 렌탈 이벤트와 모터쇼 초대권까지 제공했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개봉한 마블의 ‘앤트맨과 와스프’에는 싼타페와 함께 벨로스터를 등장시켜 관심을 끌었고 이달에도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과 함께하는 3박 4일 렌탈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객행사들은 싼타페와 투싼 등 ‘알아서 잘 팔리는’ 주력차종들에서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가 이렇게 공을 들이는 데도 벨로스터가 죽을 쓰고 있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물론 벨로스터는 직접 시승해보면 무색무취한 아반떼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차다. 준중형급에서 흔한 토션빔이 아닌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한 것은 물론 1.4, 1.6 터보엔진을 기본 탑재해 가속능력을 부각시켰다. 특히 디지털 퍼포먼스 게이지, RPM게이지를 형상화한 헤드업디스플레이 등 운전의 재미를 위한 차별화된 옵션도 벨로스터만의 특징이다. 특히 실제로 시승해보면 일반적인 국산 준중형급을 뛰어넘는 완성도 높은 주행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차다. 젊음과 개성을 강조한 차종치고는 외관 디자인이 밋밋한 점이 아쉽지만, 적어도 현대차 라인업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차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고객접점을 강화하더라도 벨로스터의 판매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그렇다면 이젠 심폐소생술이 아닌 수술에 들어가야 할 차례다. 잘 만들어 놓고도 시장에서 사장될 위기에 빠진 i30를 뒤따르지 않으려면 수요층이 혹 할만한 ‘킬링포인트’를 새겨 넣어야 한다.

불편하다고 꾸준히 지적돼 온 4도어 대신 5도어 옵션을 추가한다거나 검토 중인 ‘N라인’을 조기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또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은 주 수요층인 젊은 층을 공략하기 딱이다. 개성을 강조하는 차답게 커스터마이징을 강화해 자유롭게 차를 꾸밀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젊은 층의 관심이 많은 애프터마켓의 튜닝파츠들을 ‘순정화’시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드레스업이나 구동계 관련 튜닝파츠를 순정으로 장착할 수 있다면 ‘펀드라이빙’을 강조한 벨로스터의 컨셉에도 잘 맞는다.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다면 열릴만한 새로운 문을 찾아 나서면 된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현대차라면 마니아 소비자들을 위한 흥미로운 시도를 보여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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