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5 15:57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국내 간편결제 1위 사업자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27일 합병을 공식 발표한다. 약 20조원 규모의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웹3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탄생할 전망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의 합병안을 의결한다. 이어 27일 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1784'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참석해 양사의 통합 방향과 전략적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오경석 두나무 대표 등 핵심 경영진도 동석할 예정이다.
합병은 두나무 주주가 보유 주식을 네이버파이낸셜 신주와 교환하는 구조로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두나무 기업가치를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을 5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합병 시 주식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3주가 유력하다. 이 비율대로 확정되면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 등 두나무 경영진이 통합 법인 지분 약 30%를 확보해 최대주주 그룹으로 올라서고, 네이버는 지분율이 69%에서 17%대로 낮아진다.
다만 양사는 의결권 위임 등을 통해 네이버가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송 회장 등 두나무 경영진이 보유한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의 과반 의결권을 네이버에 위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절차는 이사회 통과 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70%와 미래에셋 30% 지분으로 이뤄져 통과가 수월할 전망이지만, 두나무는 경영진 지분이 38.6%에 그쳐 약 27%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10.6%, 우리기술투자 7.2%, 한화투자증권 5.9%, 하이브 2.5% 등 다양한 주주가 포진해 있어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일부 재무적 투자자는 기업가치 산정 불만이나 고배당 정책 축소 가능성을 이유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의 핵심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확대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두나무가 업비트를 통해 상장·유통을 담당하는 구조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합병 회사 한곳이 독보적인 국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3000만명 이상의 네이버페이 이용자와 대규모 커머스 플랫폼을 스테이블코인의 실물경제 활용처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예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 '기와체인'을 접목하면 결제 수수료 절감과 정산 과정 효율화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업계에서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네이버의 검색·쇼핑·콘텐츠 소비 데이터와 두나무의 실시간 거래·온체인 정보가 결합하면 AI 기반 초개인화 금융 상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합병 법인은 내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과 아그라뉴스 등 여러 외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업비트가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합병 이후 나스닥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합병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고개는 '규제 심사'다.
금융당국은 간편결제와 가상자산 결합에 따른 금융 리스크와 시스템 위험 전이 가능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와 경쟁 제한 여부를 심사한다. 초기 우려됐던 '금가분리' 규제는 금융당국이 최근 내부 검토 끝에 직접적 규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전통 금융사와 달리 고객 자금을 직접 운용하지 않는 전자금융업자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합병이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DB증권은 두나무 인수 이후 연결 실적 기준 연간 이익이 40% 이상, 순이익은 10~15%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과 가상자산, 비상장 서비스를 포함한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규제 정비 속도, 시장 독점에 대한 사회적 감시, 이용자 신뢰 확보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