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코리아-금융③]非은행사업 강화로 저금리·저성장 극복하라
미래에셋이 최종승자가 되면서 막을 내린 대우증권의 인수전에는 KB금융그룹도 참여했었다. 하지만 2조1000억원을 제시해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미래에셋에 끝내 밀리고 말았다. 지난 2013년 12월 24일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정확히 2년 뒤인 2015년 12월 24일에 또 다시 증권사 인수에 실패한 것이다.
KB금융그룹이 이처럼 증권사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수익 확대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 뿐만이 아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들 모두 비은행권 사업을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서 더 이상 예금·대출에 의존한 은행 사업만으로는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올해 3분기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을 보면 비은행권 사업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최대 이익을 낸 곳은 신한금융그룹인데 다른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은행에 의존하는 순이익의 비중이 59%로 가장 낮았다.
그런 가운데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저마다 앞다퉈 비은행권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가장 앞서고 있는 가운데 KB금융그룹이 추격하고 있으며 하나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 역시 내년도 비은행권 사업 강화, M&A 등을 계획하고 있다.
◆ 비은행 사업 확장 선두주자는 신한금융그룹
8년 연속 국내금융그룹 1위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1조9631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실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가 증가한 규모다.
이처럼 성공적인 실적을 내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비은행 부문 확대’를 꼽고 있다. 카드, 금융투자, 생명보험, 캐피탈 등 비은행 사업을 키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보여 고객을 계속해서 묶어두면서 심지어 타 그룹사의 상품까지 소개하는 ‘연계영업’ 등에도 적극적이다.
실제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기여도는 2011년 37.5%에서 2012년 37.9%, 2013년 38.2%, 2014년 38.7%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의 경우에는 무려 43%가 비은행권으로부터 이익이 창출되기도 했다.
◆ ‘한국형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꿈꾸는 KB금융그룹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대우증권 인수에도 실패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KB금융그룹는 앞으로도 꾸준히 M&A전에 참여하는 등 비은행권 확대 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현재 비은행권의 수익 비중이 30% 수준인데 이를 40%까지 높이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KB투자증권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KB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비교적 좋은 실적을 냈다. 1~9월 누적 순이익이 47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 258억원보다 1.8배 많은 규모다. 앞으로는 은행-증권 복합점포 개설 등을 통해 KB국민은행 채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인수한 KB손해보험과 국민카드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를 통해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윤종규 회장평소 신임하던 양종희 지주 부사장과 윤웅원 전 KB금융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향후 보험-카드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 개발과 제휴상품 발굴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희 내정자는 재무와 IR, 전략 등을 두루 경험해 금융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윤웅원 내정자 역시 그룹 내에서 ‘전략통’으로 평가되고 있다.
◆ 하나금융그룹은 ‘카드’로, NH눙협금융지주는 ‘자산운용’으로 승부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순이익 중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9% 수준. 하나금융그룹은 향후 이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하나금융그룹은 기존의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통합 돼 만들어진 하나카드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8% 수준에 머물고 있는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 올리고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신규 결제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리테일(소매)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하나대투증권에서 올해 9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하나금융투자는 자산 관리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보험사인 하나생명보험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점포 자체 영업을 활성화하고 온라인 전용상품을 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겠다는 전략이다.
M&A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20조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은 비은행권 부문에 대한 인수합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으며 다만 지난 9월에 실시된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뒤에 구체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NH농협금융지주는 비교적 비은행권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비은행 부문이 33%를 차지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며 은행-보험-증권간의 시너지 효과도 큰 편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 대비 비은행 부문의 실적이 다소 떨어지면서 NH농협금융은 비은행권 수익 확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자산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10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와 제휴해 NH-CA자산운용을 2020년까지 국내 5위 자산운용사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부동산, 인프라, 사모대출 등 새로운 펀드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 비은행권 진출은 ‘생존 전략’, 사업다각화 필수
우리나라에 금융지주 체제가 들어선 것은 2001년. 하지만 그 후 14년간 우리 금융권은 이른바 ‘은행 쏠림 현상’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런 가운데 비은행권 사업 확대는 단순히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그야말로 ‘생존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른바 ‘종합 포트폴리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서 더 이상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시대는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계좌이동제, 인터넷 은행 출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 금융권 제도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의 ‘차별화 전략’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4대 금융지주들의 비은행권 사업 강화는 공통된 현상”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내부 관행과 비대한 조직 체계 등으로 보다 효율적인 사업 다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