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성경들고 출소 "국민께 송구"
일선 복귀 당장은 힘들듯...최 "시간갖고 경영복귀 준비해 나가겠다"
회삿돈 수백억원 횡령 혐의로 복역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받고 경기도 의정부 교도소에서 14일 오전 12시 5분 출소했다.
최 회장은 푸른 색 계열의 넥타이 차림에 뿔테 안경을 끼고 의정부 교도소 문밖으로 걸어나왔다. 검은색 양복 왼쪽 가슴에 달린 붉은 SK배지가 눈에 띄었다. 최 회장의 왼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최 회장은 이날 함께 출소한 43명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문 앞에 선 최 회장은 "국민 여러분들에 심려를 끼쳐 드려서 송구스럽다"면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SK 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약속한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경영 복귀 방식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공백이 길기 때문에 아직 파악이 덜 됐다"며 "시간을 갖고 상황 파악을 해본 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SK그룹 현황 파악을 해본 이후에 구체적으로 계획을 마련토록 하겠다"며 "아무래도 통신, 반도체 부분에 역점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최 회장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하고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빠져나갔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역점을 둘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저희가 할 수 있는 통신, 에너지, 반도체”라고 답변하고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고 감사하다”며 말을 마쳤다.
이날 의정부 교도소 주위에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40여명이 몰려와, 최 회장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항의시위를 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앞서 13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최 회장을 포함한 6527명을 특별 사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면을 제한적으로 행사했었는데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 화합과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또 국민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특별사면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에 형집행 면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까지 얻어 주요 계열사 등기 이사로 복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는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려 옵션투자 위탁금 명목으로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3년 1월 1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