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車산업 융합만이 살길②]연못안 물고기, 올챙이에게 먹힌다
“지금은 실리콘 밸리 기업이 연못 속에 있는 작은 올챙이에 불과하지만 곧 황소개구리가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머지않아 황소개구리가될 실리콘 밸리에 대항하기 위해 이미 EU 내의 지역연합군을 형성했다”
홍성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서울대 차세대 융합기술원 스마트시스템 연구소장)는 미래자동차산업은 IT업체와 자동차업체간 협업이 관건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을 이같이 전했다.
세계는 지금 오는 2020년을 기점으로 완전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시대를 맞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자동차도 이미 전기동력 자동차 전단계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고,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영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미래자동차 전략은 '마이웨이'에 무게가 실려있다. 독자개발을 최우선은 삼는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한국과 유럽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국에서는 자동차-IT업체간 협업체제 구축이 전무한 실정이다. 독일의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유럽지역 350여개 IT업체와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 표준 플랫폼을 마련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의 시대에 자동차와 IT업체간 협업 시스템 구축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美, 자동차 수도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2000년대 초반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엔진 및 내연기관 부품 생산시설을 포기해야하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놓고 망설였다. 전기차와 IT기반의 자율주행자동차는 기존의 생산시설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속도는 망설일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2008년이후 IT업체의 반란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기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원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였다.
대표적인 업체는 테슬라모터스와 구글이었다. 테슬라는 세계 최초의 전기동력 스포츠카 개발에 성공했다. 2008년 첫 전기차 ‘로드스타’를 선보인 테슬라는 지난해 한번 충전에 40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85D모델을 선보였다. 충전 후 주행거리를 제외하고 가솔린 차량에 비해 기능면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전기차의 소음은 제로다. 충전식으로 사용하는 배터리의 교환주기는 10만마일(약 16만Km)이다. 영업용차량이 아닐 경우 10년은 배터리교환없이 사용이 가능한 셈이다. 테슬라 전기스포츠카의 경우 제로100(출발 후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3.2초다.
가솔린차종 중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제로100 도달시간(3.2초)과 같다. 가격은 9만7570달러(약1억2000만원). 람보르기니와 비교한다면 전기차라고 비싼편도 아니다.
구글은 운전조작없이 도로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성공했다. 완전자율주행단계까지는 앞으로 4~5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구글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주차와 차선변경, 신호준수 등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0만Km 시험운행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구글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구글이 개발한 디지털 지도를 활용, 도로 사정고 지형지물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자율주행차와 상호 통신할 수 있는 클라우드 데이터시스템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아이폰의 애플역시 자율주행차 대열에 합류를 서두르고 있다. 내연기관이 없어지고 배터리와 반도체와 IT 전장부품을 기반으로 한 미래 자동차 시대가 성큼 달려오고 있다.
◆유럽, 실리콘밸리에 맞설 연합전선 구축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 참석한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 겸 메르세데스 벤츠 CEO는 “구글이나 애플이 다임러그룹에서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애플이나 구글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독일의 자동차업체들은 실리콘밸리의 IT업체들을 연못안에 들어 온 올챙이로 비유하며 올챙이가 황소개구리가 될 것으로 예측한바 있다.
이에 미국의 최대 라이벌이자 세계 최강의 자동차업체 집합국인 독일은 경쟁관계였던 자국내 완성차업체들부터 미래자동차산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그룹과 BMW, 폭스바겐이 주축이돼 컨소시엄을 구성, 부품업체인 보쉬, 콘티넨탈 핀라드의 노키아 등 350여개 업체와 협업체제를 만들어냈다. 실리콘밸리의 공격을 연합전선을 구축 맞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협업없는 마이웨이선택?
홍 교수는 “유럽이 미래자동차 개발에 협업체계를 구축 앞서나가는 것을 보면 국내 자동차업체가 불안하다”며 “한국의 경우 세계 최고의 IT기술 보유국인 점을 최대한 활용한 협업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의견을 광의적으로 해석하면 한국의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산업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은 전기차의 심장인 리튬배터리 부문에서 일본의 파나소닉에 이어 세계 5위권내에 삼성SDI와 LG화학, LG전자가 포진해있다.
또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인 IT부문에선 반도체를 비롯해 유럽보다 7년정도 앞 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협업체제를 한국의 협업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가 미래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현재 테슬라모터스와 구글이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리콘밸리 자체가 자동차 산업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따라잡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IT인력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현대자동차가 독자적으로 전장부품을 개발한다해도 인력 수급에 문제가 있다“며 ”기존의 고급 IT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선 협업체제 구축밖에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업체간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관련 협업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자율주행차 전장부품 개발과 반도체 설계를 위해 오는 2018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홍 교수는 “5년후로 다가 온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실리콘밸리 업체나 350여개사 협업체제를 구축한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과 맞서기 위해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개혁)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협업체제가 구축된다면 한국의 미래자동차산업의 시너지는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