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코리아-산업①]자동차, 글로벌톱 기술을 추월하라

(1)자동차, 글로벌 톱 기술을 추월하라

2015-10-25     한동수기자

 

자동차 업계에 지각변동이 심상치 않다. 기술의 진화를 보고만 있어도 숨가쁠 정도다. 뒤처지는 순간 미래는 없다. 신기술 개발과 해외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자동차강국 일본은 엔저와 기술력을 앞세워 격차를 벌리려하고 있다. 글로벌 신흥시장에선 독일과 미국 등 전통적 자동차 강국의 완성차업체들이 기술 차별화로 선두 대열에 높은 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경기둔화 그리고 자동차부문 세계 교역율의 감소까지 덧붙여져 국내 자동차업체에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UN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자동차 교역율은 2004년 5.4%에서 2014년 4.1%로 줄어들었다. 교역율 감소는 세계시장에서 자동차에 대한 수요감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업체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는 △경쟁업체와 기술격차 해소 △글로벌 신규시장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숙명적인 2016년을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시장, 여건은 나아진다

지난해 8월 일본의 경제산업성에서 발간한 ‘세계시장 자동차산업 동향’ 에 따르면 세계 도시인구는 2025년에 45억명, 2035년에 53억명, 2050년에 63억명으로 증가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 같은 도시 인구의 증가로 자동차의 니즈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발명이후 100여년의 세월을 이어온 패러다임. 즉 운전자가 스티어링(핸들)을 조정, 바퀴가 굴러가는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변화의 문턱에 서있다.  IT와 무선통신기술 그리고 빅데이터를 토대로 자율주행자동차로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가 2020년 이후 본격 개막될 예정에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될 2020년 이전에는 정보와 오락이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자동차의 등장과 다양한 주행 편의장치를 제공하게될 디스플레이가 신형 자동차의 핵심소재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기술의 진화는 신규 수요를 창출,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략적 R&D투자와 비전의 리더십이 관건

지금 세계 자동차 수요자의 니즈는 ‘디지털네이티브. 보더리스, 에이지리스’ 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IT와 무선통신을 접목시켜 이동수단에서 편의·휴식공간으로써의 자동차에 대한 인식변화는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접목시킨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정보)와 엔터테인먼트(오락)의 합성어)자동차의 등장으로 요약된다. 이른바 자동차의 여러 조정장치가 디지털을 이용, 운전자가 손을 공기중에 휘젓거나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명령에따라 움직이는 '디지털네이티브'의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다.

국경(보더리스)과 연령대(에이지리스)를 파괴한 글로벌 탑 자동차업체들의 신규시장 개척 움직임은 자동차의 편의성·고급화 전략으로 집약된다.

최근 10년동안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수소를 이용한 차세대 연료차 개발 경쟁→무선통신기술과 디스플레이 활용 인포테인먼트 경쟁→자율주행자동차 개발 착수→클라우드기반 빅데이터 접목’ 으로 기술력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역시 차세대 연료차 상용화에 이미 성공했고 지난해 5월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소나타에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 인포테인먼트 차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그러나 독일·일본·미국 등 글로벌 톱 기업들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과감한 R&D 투자 확대와 선진 기술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 프로그램 가동이 더욱 증대돼야할 시점이다.

홍성수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독일의 경우 10여개에 이르는 완성차·부품 업체들의경우 이미 10여년전부터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면 경쟁을 접고 협업을 통한 상생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도 IT선진 업체들과 협업체계 구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자동차 시장이 바뀐다

"신이시여. 당신은 저를 타지 않으시렵니까...(Oh Lord. Won't You Drive Me...)“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의 소식지 CES데일리에 표지.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율주행 컨셉트카 'F015'에서 내리는 CEA 샤피로 회장.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2015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기간 중 발행된 1월5일자 ’CES 데일리‘의 표지 문구다. 이 문구에 등장한 자동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율주행(무인)컨셉트 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주행 중 자율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운전·조수석이 뒤로 회전, 앞뒤 좌석이 마주보게 된다. 이 때 차량은 운전자없이 자율주행 중이고 차 내부에 있는 6개의 스크린은 터치나 눈짓 만으로 작동된다. 이 때부터 차량은 이동수단에서 작은 휴식공간이거나 사무실로 바뀐다.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IT(정보통신기술)를 접목시킨 첨단 신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경쟁의 핵심은 운전자없이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의 개척이다.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공간을 벗어나 바퀴가 달린 고급 숙소이자 쉬고 일하고 놀 수 있는 제3의 공간 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터 제체(Dieter Zetsche)다임러 그룹 회장)

자동차 산업이 IT(정보통신기술)와 결합하면서 자율주행자동차라는 무인자동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앞다퉈 2020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 정부도 이에 맞춰 자동차 주행 관련법안 손질에 들어갔다.

자율주행(무인) 자동차의 발전단계는 조향이나 가감속제어가 가능한 ‘레벨 1, 2’와 자율주행 중 돌발상황시 수동전환되는 ‘레벨 3’, 어떤 상황속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로 나눠진다.

하성용 신한대 자동차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공학협회이사)는 현재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완성차제조업체들은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을 일부 확보한 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말정도 ‘레벨 2’ 수준에 오를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미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네시스 모델의 자율주행 실험을 동영상으로 담아 세계 시장에 알리기도했다. 그렇지만 세계 선두 그룹에 들어가기위해 올라야할 진입장벽이 녹녹치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주행 빅데이터가 미래 자동차시장 이끈다

지난 14일 독일 자동차공학회가 바덴바덴에서 개최한 ‘차량전기전자 심포지엄’에 다녀 온 홍성수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구축해 놓은 클라우드연결 데이터 서버와 디지털 지도 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클라우드연결자동차는 기존의 이동통신기술을 접목시켜 자동차 운전자의 스마트폰이 관제탑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데이터 센터와 주행시 수시로 교신, 자율 주행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담보해 주는 시스템이다.

독일의 완성차 경쟁업체들인 아우디·BMW·다임러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예산은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시장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는 적어도 5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홍 교수는 “지금이라도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IT·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상생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자동차의 패러다임 변화시기에 기술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기업간 상생을 위한 열린 경영 마인드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바일폰 시장에서 세계 선두였던 노키아, 에릭슨 등이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폰 플랫폼 소프트웨어에 밀려 타격을 받았던 것은 자동차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불과 5~10년 후 클라우드기반 새로운 유형의 자율주행자동차 등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자동차업체는 기술개발 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제도개선으로 화답해야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의 신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그린카(전기·수소연료차) 및 스마트카(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차) 개발 후 정부의 역할이 없다면 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의 상용화와 시장 창출은 불가능하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제조업체가 있는 선진국 정부는 전기·신재생에너지 자동차의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보조금지금, 제도개선, 전기차 충전 인프라구축 등 수요창출 정책을 추진한다”며 “자율주행자동차역시 시장 창출을 위해선 법적 지위규정, 사고에 대한 대처방안, 지능형교통시스템 등에 대한 제도와 법적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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