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 길을 묻다] 1-② 변죽만 울리는 학제개편, 역대 정부는 뭐했나
[교육백년, 길을 묻다]
| 대한민국은 교육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발전해 온 나라다.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교육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 양적 성장의 한계를 넘어 질적 발전을 위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규제와 획일화를 혁신해 자율과 다양성이 넘치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뉴스웍스는 ‘교육백년, 길을 묻다’를 주제로 우리 교육의 공과와 미래발전 전략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교육현안이나 국가적 교육의제를 폭넓게 진단하고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교육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형성되어 '교육백년'을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1-② 변죽만 울리는 학제개편, 역대 정부는 뭐했나
학제는 학교교육제도로 교육제도의 핵심이다. 학제는 단선형 학제와 복선형 학제로 구분하기도 한다.
단선형 학제는 학교계통이 모든 국민을 위하여 단일의 계통으로 일원화되어 있는 형태로 같은 단계에 있는 학교들 사이에 근본적인 성격의 차이가 없고 교육연한도 동일하다.
복선형 학제는 주로 유럽에서 지배계층을 위한 학교가 먼저 발달된 후 서민층의 교육 요구로 학교가 생겨나 지배층과 서민층의 교류와 이동이 불가능한 2중구조의 학교제도가 생겨났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단선형 학제를 채택하고 있고 민주사회에 적합한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복선형 학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단선형 학제가 자리를 잡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세기 말엽부터 시작된 근대학교제도는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종래의 복선형을 지양하고 민주적인 단선형 학제로 전환했다.
현행 '6(초)-3(중)-3(고)-4(대)'의 학기제는 1951년 각급학교 학기초를 3월 1일로 하고, 학기말을 2월말로 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학년도(3월 1일에서 다음 해 2월말)는 ►국가회계 연도와 불일치 ►신한기 준비기간 부족 ►교육계획 및 교육과정의 비효율성 ►선진 외국과의 학기제 불일치 ►1학기와 2학기 기간의 불균형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지식정보화 사회와 분권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학생의 성장 속도 촉진, 취업과 사회진출에 대한 사회적 구조 변화에 따른 요구 증가 등 학제개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학제개편 요구는 과거 정부에서도 제기됐을 만큼 국가적 현안 과제로 부상됐다.
이번에 새누리당과 정부가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학제개편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도 학제개편 논의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8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혁신위원회는 5차례의 토론회를 열고 저출산, 고령화 등 미래사회 대비 등을 위해서는 학제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2007년 2월 5일,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참석한 고위 당정 정책조정회의에서 `비전2030 인적자원 활용…2년 빨리, 5년 더 일하는 사회 만들기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한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입직연령을 지금보다 2년 낮추고 퇴직연령을 7년 늦추는 것과 함께 군복무 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게 골자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도 2009년, 저출산 대책으로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육아정책연구소는 취학연령을 1년 단축하면 사교육비가 6.8%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또한 3월 학기제를 시행 중인 나라는 한국, 일본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9월 학기제로 전환하면 국외유학, 교수초빙 등의 과정에서 학기 불일치로 빚어지는 혼란과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을학기제도 꾸준히 거론됐다.
결국 학제개편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 없이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등 인력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최대한 취직 시기를 앞당기는 등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특히 교육계에선 이념적 성향을 넘어서 진보와 보수 모두 학제개편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각종 연구결과물과 토론 등을 통해 학제개편의 공론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과 교육계 등의 학제개편 논의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이나 정책 입안단계에는 미치지 못해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학제개편에 따른 재정 확보, 교육과정 개편, 입시제도 개선, 수업일수 조정 및 학교시설 확충, 교원 수급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논의는 혼란만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전제상 공주교육대학교 교수는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이 빨라지고, 시대와 사회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지금의 학제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학제개편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원이 투자되는 것은 물론 준비해야 할 문제가 엄청 많다"며 "교육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권에 관계 없이 범정부 차원에서 학제개편을 논의하고, 준비할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