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코리아-산업②]모바일, "뼈깎는 구조개선으로 신기술시장 선점하라"

2015-11-06     차상근기자

제품차별화 전략, 시장 룰메이커가 돼야 한다.

"우린 스마트폰을 우리가 제공한 모든 장치들의 중심에 두고 있다. 샤오미를 장치 메이커보다는 서비스를 위한 인터넷 회사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대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창업 5년만에 석권한 샤오미의 린 빈 공동창업자 겸 사장의 의미심장한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구글에서 줄곧 일한 린 사장은 동업자 레이 쥔과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출신이다. 창조와 혁신을 통한 무한한 확장성의 아이콘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한다.

그들은 짝퉁 아이폰의 대명사란 오명을 넘어 시장선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면서 ‘플랫폼’과 ‘세계시장’의 큰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중국을 넘어 전세계에 기기를 팔아 생태계를 만든 뒤 콘텐츠까지 공급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은 아마존식 전략을 연상케 한다.

샤오미는 최근 자국의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에서 창조혁신의 전도사로 자리매김한 샤오미 조차 불과 1년여 만에 세계 최대시장내 1위 자리를 내줄 정도로 휴대폰업계의 변화는 무쌍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이같은 현실은 2010년 이후 글로벌 휴대폰시장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내 모바일산업을 짓누르고 있는 불편한 사정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추격-애플 혁신속 샌드위치 신세

한국의 휴대폰산업은 2011년 전체 휴대폰과 스마트폰시장에서 1위로 도약했다. 글로벌 수준의 하드웨어 역량, LTE(롱텀에볼루션) 이동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의 급격한 시장확대가 주효했다. 휴대폰 수출액도 지난해에 265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부품을 포함한 전체 휴대폰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26.2%에서 2분기 1.5%, 3분기 7.4%로 고전하다가 4분기에는 -4.6%로 떨어졌다. 올 1분기는 -7.9%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위축됐고 무엇보다 중국, 베트남 등으로 해외생산을 늘린 것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중국, 인도 업체들이 거대 자국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국내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뺏어갔다. 여기에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6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다시 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절대강자는 없다, 마구 바뀌는 시장구도

세계 휴대폰시장은 2010년 이전까지 핀란드 노키아의 1위체제였으나 이후 미국→한국→중국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중 스마트폰시장은 한국이 2년여 동안 독주했으나 작년 4분기부터 애플이 치고 올라왔다.

또 샤오미, 화웨이 등을 앞세운 중국도 스마트폰에서 저가격-고기능 전략으로 자국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해 지난해 약 32%의 점유율로 전세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작년 한해만 10%포인트 정도 점유율이 감소하며 29.5%로 2위로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절대강자없이 여차하면 밀리는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저가 신흥시장의 급성장과 선진시장의 성숙기 진입, 기술범용화, 융합기술 발전,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은 최대 휴대폰 생산지로서 비교적 안정된 부품조달 체계가 확립돼 있어 가격 및 제조경쟁력이 뛰어난데다 세계 최대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업체들의 글로벌시장 진출까지 용이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샤오미의 경우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독자 운영체제, 소비자들을 마케팅에 끌어들이는 차별적 마케팅으로 초고속성장하며 글로벌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SW역량 미흡, 재도약 발판은

그러면 한국 휴대폰산업은 이대로 일본업체나 노키아의 전철을 밟아야 할 것인가. 최근 삼성전자, LG전자의 위기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IT기술과 프리미엄 단말기의 제조역량,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도약의 기회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안테나 등 핵심부품에서 톱클래스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의 핵심기술인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 중앙처리장치)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이 매출기준으로 미국, 대만에 비해 낮지만 설계기술과 파운드리 역량은 글로벌 수준이란 평가다.

다만 모바일SW 경쟁력이 처지고 스마트폰 시장 주도의 핵심요소인 OS(운영체제)플랫폼 역량이 미국에 상당히 처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제품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 수요도 재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며 “사물인터넷(IoT)시대의 시장 선점을 위해 ICT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기술 지식집약형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과감한 구조개선, 신기술시장 선점해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모바일업계가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력분야의 역량 확충과 유망 신분야로 과감하게 진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투트랙전략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세를 보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영역에서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들에 대응해 ‘HW, SW, 서비스’부문의 역량을 균형있게 확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글로벌 가치사슬상에서 고부가가치의 HW 플랫폼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의 경쟁우위를 강화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휴대폰산업의 수출품목구조는 해외생산 확대와 함께 완제품에서 부품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휴대폰 총수출에서 부품수출비중은 2006년 이후 30%대에 머물다가 2012년부터 급증세를 보여 올해 1분기에는 65.0%로 껑충 뛰었다.

아울러 미래지능형 융합단말기, 웨어러블기기 분야 등의 핵심기술을 선점하고 조기상용화를 이루는 등 ‘시장 룰 메이커’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시장 선도를 위한 핵심 솔루션 및 플랫폼 등의 핵심기술, 디자인, 국제표준 주도 노력 등도 이제는 본격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연결 환경’에 대응하여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등 타 산업과 연결되는 멀티 플랫폼, 통합솔루션을 주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김종기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생태계를 주도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가장 잘 만드는 전략을 뛰어넘어 앞으로는 경쟁주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과 제품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 ‘시장 룰 메이커’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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