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네임] 모병제

2021-05-29     우성숙 기자
남녀 모두 징병대상인 이스라엘의 남녀 군인. (사진=IDF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가 ‘모병제’다. 이는 남자와 여자 간 갈등으로 불리는 ‘젠더 갈등’이 심화하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병제 논의에 대해 불을 지피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모병제에 대한 논의는 젠더 갈등과 함께 청년 남성들이 같은 세대의 여성들에 비해 약 2년간의 시간 손실, 사회 진출에 필요한 재정적 기반 마련 기회의 상실을 겪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합당한 보상이 없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점화됐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모병제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나온 것은 국가 위상과 사회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징병제에 대한 장·단점을 넘어 평등주의를 갈망하는 강렬한 열망이 녹아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병제 도입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도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42%로 집계됐고, 15%는 답변을 유보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 안쪽이지만, 모병제에 대한 선호도가 징병제를 넘은 결과로, 특히 2016년 갤럽의 같은 조사 당시 '징병제 유지'가 48%로 '모병제 도입'(35%)을 크게 앞선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이는 모병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본격화 시점이 성큼 다가왔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성과 여성의 '모병제와 징병제' 선호도가 남성(48%, 44%)과 여성(38%, 39%) 모두 엇비슷하다는 점과 여성의 군 복무가 핵심인 이른바 '남녀평등복무제'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남성만 징병해야 한다', 46%가 ‘남녀 모두 징병해야 한다’고 답한 점도 의미가 있다. 특히 남성 응답자 중에선 51%가 '남성만 징병해야' 한다고 답해 '남녀 모두 징병(44%)' 의견보다 많았던 반면 여성 응답자 중에선 '남녀 모두 징병' 의견(48%)이 '남성만 징병(43%)'을 오차범위 내 앞선 것과 20대를 비롯한 젊은 층일수록 남녀모두 징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은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음을 암시한다.

군대 생활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68%로 2011년 82%, 2016년 72%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20대 남성이 49%로 가장 적었다는 점도 강제로 징병하는 징병제를 어떤 형태로든 바꿔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병제에 논의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징병자원 감소라는 인구변화는 자연스럽게 여성의 군 참여를 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도 남북대결이나 동북아 긴장 상황으로부터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적극 이끌어내고 새로운 사회적 조건들을 반영해 간다면 모병제 논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모병제 논의에서는 우선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결코 젠더 갈등의 관점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좋은 제도를 만들려면 편을 나눠 싸워서는 안된다. 모병제 혹은 징병제, 무엇이 좋으냐에 대한 논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무엇이 효율적이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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