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전 의원 "이재명, 박스권 갇혀 있어…문제 많아 싸우기 좋아"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문준용, 3곳서 1억1300만원 받아…문 대통령·영부인 나서 반납토록 설득했어야"

2021-06-23     원성훈 기자
치과의사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영환 전 의원을 지난 22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그의 치과병원에서 만났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김영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은 경기도 안산과 서울에서 치과병원을 운영 중이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 연세대학교 치의대에 입학했다가 학생운동으로 제적되고 전두환 정권 때 또 다시 제적됐다가 노태우 정권 때 1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김영삼 정권 때 치과를 개업했다. 그러다가 곧 병원 문을 닫고 김대중 정권 때 정치에 입문해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15, 16, 18, 19대 의원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이다.

본업이 치과의사지만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고 학부에서는 치의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55년 충청북도 괴산군의 산골인 청천에서 태어난 김 전 의원은 무학(無學)의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가 학생운동과 정치를 하게 된 이유 자체가 '나와 같은 시대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 그리고 이 시대의 고난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청춘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을 주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그는 자신의 이런 기준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생각하는 두명의 인물에 대해 줄기차게 비판해오고 있다. 그가 과녁으로 삼은 인물은 바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이다. 그래서 정치계에서는 김 전 의원에게 이른바 'OO킬러'라는 별명까지 붙여준 상태다. 

치과의사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영환 전 의원을 지난 22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그의 치과병원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철저히 방역규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문준용 사태'를 과거 IMF때 '옷로비 의혹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는 이유는. 

"'문준용 사태'는 김대중 정권 초기에 '옷로비 사건'과 그 성격이 비슷하다. 사건의 내용이 비슷한 게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얘기다. 

과거 '옷로비 사건'이 일어난 때는 이른바 IMF사태를 맞이한 상황이었다. 사회지도층들이 이른바 옷로비 사건을 일으켜서 국민들이 많이 격분했지만 나중에 보니 어떤 법률적인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당시 국민들은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옷로비 의혹 사건'은 지난 1998년 5월에 당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의 부인에게 고가의 옷로비를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결국 1999년 12월 30일에 대검찰청이 이 사건의 진상을 이형자의 자작극으로 촉발된 '실체 없는 로비'로 최종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문준용 사태는 사실 단편적인 사건인데, 국민들이 생각했을 때는 굉장히 섭섭하고 참으로 국민들이 무시당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이 '문준용 사태'의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문준용 스스로도 잘 모르고, 이 사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그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문준용이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정당하게 실력으로 평가를 받아서 자금을 받았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문준용과의 대면 면접이 있었느냐 하는 여부를 놓고 그것이 있었다면 그게 이른바 '아빠 찬스를 사용한 것 아니냐'라며 국정감사장에 불러야한다 어쩐다 하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얘기이긴 한데, 내 주장은 문준용을 국정감사장에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부르지 말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 아니라 불러서 국민들이 감정 소모를 할 필요조차 없다는 얘기다."

지난 22일 김영환 전 의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의 치과병원에서 김 전 의원이 벽면에 걸려있는 컴퓨터를 마우스를 통해 작동하면서 문준용 관련 기사를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문준용 사태'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와 반대라고 생각하나.

"이 문제에 대해선 이미 국민들이 판단을 다 내리고 있다. '문준용이 옳으냐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옳으냐하는 문제'라면 그것은 문준용을 국정감사에 불러서 조목조목 따져볼 문제겠지만, 이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선 아예 고개를 돌려버린 그런 일이 아닌가 한다. 상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라면 그렇게 볼 것이다.

과거 IMF사태를 맞이한 상황 속에서 사회지도층들의 부도덕한 부조리가 발생하니까 국민들의 분노가 증폭됐던 것이다. 이번 문준용 사건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속에서 젊은이들이 특히 문화예술인들, 창업자들이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속에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람이 그 자금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분노가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너만 받느냐라던지 그 사람이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나중에 따져볼 문제다. 

문준용 스스로는 그런 생각을 다할 필요도 없고 다하기도 어렵다. 물론, 거기까지 생각을 해주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즉, 내가 대통령의 아들인데 내가 이것을 받게됐을 때 경제적 고통속에 있는 다른 문화예술인들이나 다른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려해서 자신에게 기회가 왔어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내 주장이다."

치과의사이자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김영환 전 의원의 집무실이자 서재에는 여러 종류의 시집과 문학서적들이 꽂혀있었다. 이런 가운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소설의 한 귀절을 담아놓은 액자가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사진=원성훈 기자)

-'문준용 사태'에 대해 여태까지 제기된 측면외에 다른 측면의 평가도 있나.

"또 생각해봐야 할 것이 문준용에게 지급된 자금이 국민 세금이라는 부분이다. 문준용 씨가 기업의 오디션에서 당선돼서 자금을 받아서 어떤 작품을 만드는 자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것이 국민세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자금이라면 반드시 잘나고, 작품성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고 그런 속에서도 가능하면 가능성이 보이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서 주는 것이 취지라면 그런 취지에 부합하게 자금이 집행됐어야 했다.

이것은 무조건적인 실력주의 혹은 능력주의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무조건적인 실력주의 혹은 능력주의로 가는 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인간세상에서 살면서 우리는 항상 배경이나 환경 여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렇듯 세금을 재원으로 한 것을 대통령 아들이라는 사람이 세 번씩이나 받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고 본다. 게다가 금액 자체도 적지 않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는 지난해에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서 3000만원, 서울시 산하의 서울문화재단에서 1400만원을 수령했고, 올해초에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6900만원의 기술지원금을 수령했다. 

아울러 문준용이 젊은이이고 예술가니까 스스로는 억울해 할 수도 있고 전반적인 사회적 상황까지 고려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이것을 조정해주는 역할이 바로 가정이라는 울타리다. 설령, 아무리 말을 안 듣는 자식이라 해도 대통령과 영부인이 이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라고 얘기해줬어야 했다. 그게 바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다. 자식이 이번과 같은 결정을 하고 그렇게 행동을 하면 대통령이나 영부인 직접 나서서 그것을 도로 반납하라고 설득해서 해소시켜줬어야 했다. '집안에 어른이 없느냐'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청와대 민정비서실은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 이런 것쯤은 미리 좀 막아주는 역할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 문준용이 그 자금을 받은 것이 범죄는 아니지만 이것은 굉장히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문제니까 그건 하지말라고 제어를 했어야 했다고 본다. 정권말기가 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예 이런 부분은 포기하고 그냥 가는 것인지라는 생각도 든다.

문준용은 진짜 입을 닫아야 한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이것을 당장 반납하도록 문준용을 설득하는 게 맞다고 본다."

김영환 전 의원의 집무실이자 서재에 놓여져 있는 '99% 서민의힘, 김영환'이라고 씌여진 액자가 이채롭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됐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 야당이 싸우기가 좋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후보'다. 확장성이 없는 것도 있고 너무 많은 문제가 있는 분이다.

지금 나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X파일 얘기'같은 것은 갑론을박이 있는 것이고 내용도 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이재명의 경우는 다르다. 판결을 받은 것이다. 판결을 받은 게 4건이다.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은 됐지만 형님의 정신병원 관련 문제는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법원이 인정은 했는데 '이재명이 소극적인 거짓말'이었다고 해서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에선 제외시켰지만 형님의 정신병원 관련 자료와 형수에게 한 막말 자료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분에 대해 민주당에서 걸러내지 않고 민주당에서 지지율이 높다고 후보로 만들어가려는 것이나 이런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나 모두 이 나라와 민주당이 정상적이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민들이 이런 것들을 모를 것 같지만 나중에는 다 알게 될 것이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이 나오는 한, 국민의힘의 후보에 대한 그 어떤 검증을 할 자격 조차 민주당 측에는 없다. 마치 똥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재명이 교복이나 청년수당 등에서 실제로 내게 혜택을 줬기에 지지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 얘기는 모든 정치개혁은 필요없다는 얘기와도 마찬가지다. 그런 논리라면, 공직자의 기준에서 전과여부나 부정이나 막말이나 비리를 빼야 한다. 장관 임용은 물론이고 정당의 공천 기준에서 전과·부정·막말·비리 등은 모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들을 발탁하지는 않지 않느냐. 만일, '이재명이 일을 잘하니까 도덕성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뽑아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런 결격사유 기준들도 모조리 없애버리지 왜 놔두나. 일 잘하는 게 기준이라면 일 하는 것을 봐서 일 못하는 사람들은 해고시키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봐주고 그래야 할 것 아니냐. 그게 아니기 때문에 공직자 기준에 미달되고 공천기준에 미달되면 그런 사람들을 모두 다 걸러 내고 있는 것이고 바로 그런 것이 정치다. 

형수에게 막말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의 교육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 검사를 사칭하고 자신의 친형을 정신병원에 쳐넣는 사람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까 안 되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안 되는 것인데 그걸 갖고 자꾸 된다고 하는 국민들이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선 대선과정에서 국민들과 토론을 해봐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일을 잘하길래 저러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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