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진 서울약령시협회장 "너무 높은 생산허용 기준 손봐 국산 우량 한약재 쓸 수 있어야"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세계적 한방 메카 맥 끊기면 안 돼…서울약령시 살려 문화 관광 오게 해야"

2022-10-21     원성훈 기자
서울약령시 협회의 김월진 회장을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에 위치한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서울약령시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 중의 하나로 자리잡은 '서울약령시 보제원 한방문화축제'를 주도하는 서울약령시 협회의 김월진 회장(60세)은 동대문구 약령중앙로 일대 상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방산업을 진흥시키며 서울약령시를 바이오산업의 전초기지화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김월진 회장은 서울약령시에서 주로 한약재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점포를 운영 중인 약령시 상인의 일원이기도 하다.

지난 199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28회째를 맞는 '서울약령시 보제원 한방문화축제' 준비로 바쁜 김 회장을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에 위치한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만났다. '제28회 서울약령시 보제원 한방문화축제'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소재 서울약령시 한방산업특구 약령문 거리에서 10월 28일부터 29일까지 2일간 열린다. 아래는 김월진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월진 서울약령시협회 회장이 서울약령시에 대해 설명하면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우리 땅에서 나온 한약재를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사실인가.

"우리나라에서 DDT라는 농약이 사라진지 수십년 됐다. 중국에서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수십년 전에는 실제로 DDT를 썼다. 예전에는 중국 한약재와 한국 한약재를 구분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DDT 성분 존재 유무였다. 

DDT가 문제가 됐던 것은 수은 성분 때문이었다. 현재는 DDT가 들어가지 않은 농약제를 사용하기에 괜찮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거에 쓴 DDT가 땅 속에 파묻혀있다는 점이다. 쉽게 얘기해서 땅이 이미 오염돼 있다는 얘기다. 한약재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농작물이 기본적으로는 오염된 땅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농산물과 달리 한약재의 경우 생산허용 기준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법에서 정해놓은 기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아예 허용 규정이 없는데도 우리만 규정을 둔데다 그것도 아주 높게 설정해놓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에서 채취된 것조차도 오염 덩어리처럼 오인되고 오해 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선 공청회 등의 공론장에서 생산허용 기준을 정확히 해달라면서 기준을 합리적으로 규정해야만 한약재 유통을 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은 법을 고치지 못했다. 실제로 우리 한약재는 쌀보다도 오염도를 측정하는 PPM 상의 수치가 더 낮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현행 법이 한약재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엄격한 생산허용 기준을 설정해 놓아서  도저히 그것을 맞출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우리 땅에서 나온 우리 한약재를 쓰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국민들이 이런 사정을 잘 모르니 우리가 더 답답하다. 이제라도 제발 법률 정비를 통해 합리적인 생산허용 기준을 만들어 실제 우리 땅에서 나오는 우량 한약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한의약박물관내에 있는 '보제원 미니어처'중에 한약을 달이고 약제를 써는 등 조선시대 보제원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해놓은 부분을 클로즈업 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약령시 보제원 한방문화축제'가 28회째라고 들었다. 이 행사에 대해 소개해달라. 

"서울약령시 보제원 한방문화축제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5년이 제1회 축제였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우리 시장에서 모임이 있었다. 그러다가 95년도에 정식으로 축제를 창설하고 본격적으로 축제를 열게 됐다. 

서울약령시는 조선시대 구휼기관인 '보제원'이 있던 곳이다. 우리 협회는 서울시에서 보제원 제향과 보존을 목적으로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축제 또한 보제원 제향을 기본으로 한다. 보제원의 구휼정신을 기초로 해서 무료진료와 투약행사를 함께 한다. 아울러 점심 때는 무료 한방 주먹밥 나눔행사도 진행한다.

한방김치 나눔 행사를 통해 김치속에 여러 약재들을 넣어 약령시 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들에게 기부한다. 약썰기 시연은 현대로 넘어오면서 기계를 사용해 약재를 써는 경우가 많아졌고 소비자들은 포장이 돼 있는 형태의 상품을 구매하는 식이어서 예전처럼 작두로 약을 써는 모습은 자취를 감췄는데, 옛 추억을 떠올리며 전통적 방식의 명맥을 잇는 것도 의미있다는 생각에서 개최하는 행사다."

서울한방진흥센터 내에 있는 한의약박물관 입구의 안내소.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약령시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주요 활동 내용은.

"서울약령시협회는 보제원 제향과 보존에 큰 가치를 두고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의 시장 상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동대문구 한의사회, 동대문구 약사회, 한약협회, 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한약도매협회, 경동한약상가번연회, 한국생약협회 등 7개 단체가 힘을 모아 설립했다. 

서울약령시협회는 시장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한방산업특구와 한방산업진흥지구 지정에 힘써 왔다. 아울러 협회는 도로 정비, 전선 지중화, 간판 정비, 한방진흥센터 건립 등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관리해왔다. 또한 시장내 도로, 시설물 유지관리와 같은 일은 물론이고 바이오산업의 전초기지로서 산업화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서울한방진흥센터 내에 있는 한의약박물관에는 보제원의 미니어처가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약령시의 중요성은. 

"서울 약령시는 전국 한약재의 70%가 유통되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한약재 전문시장이지만 현대의학의 발전과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약령시를 찾는 이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힘든 점이다. 서울약령시를 자체적으로 홍보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한방은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 한약제의 뿌리나 잎 등의 모든 것은 우리 몸하고 똑같다고 보면 된다. 사실은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는데 요즘은 양약도 좋다 보니까 거기에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는 느낌이다. 

한의약박물관 내에 있는 '약전한약방'을 재현해 놓은 건물. (사진=원성훈 기자)

이런 이유로 한방의 맥이 끊어진다면 이것을 다시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맥이 끊기기 전에 보존해야 한다. 세계적인 대한민국의 한방 메카라고 하는 서울약령시를 놓쳐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 인위적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어림없다. 이미 맥이 끊긴 후에는 다시는 일으켜 세울 수 없다. 이를테면, 수입쌀을 싸게 사서 먹을 수 있음에도 농가를 보호해주기 위해 양곡을 생산하는 농가를 보호해주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쌀농사를 완전히 포기하면 수입쌀을 지금이야 값싸게 먹을 수 있지만 나중에 외국에서 그 가격을 확 올려도 우리는 그때가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비싼 값에라도 사먹을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서 쌀농사를 보호해주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서울약령시를 살려서 우리가 수출도 하고 문화 관광도 오게 하고 당연히 이렇게 되야 한다. 이런 부분을 국가가 상당히 놓치고 있어서 안타깝다."

한의약박물관에 설치해놓은 약제함.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한방진흥센터'는 어떤 자금으로 누가 운영하나.

"서울한방진흥센터는 2017년에 완공됐다.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 이곳은 서울약령시의 중심지였다. 이곳에 상가를 갖고 있는 분들이 예를 들면 알박기 식으로 나가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건물을 못 지을 뻔 했다. 그때 우리 협회에서 설득을 하고 이 모두가 다 우리 약령시를 발전시키자는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서 건물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완공되고 나니까 동대문구에서 관리하겠다며 우리 협회에 '이곳을 사용하려면 월세를 내고 있어'라는 식으로 나왔다. 여기는 애초에 서울시와 동대문구가 거의 5대 5의 자금을 투입해 완공했고 동대문구에서 위탁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기 때문에 동대문구보다는 더 상급 지자체인 서울시에서 관리를 해야 자금적 측면에서 지원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건물의 핵심은 한의약박물관이다. 기타 약초족용체험실, 보제원, 약선음식체험실 등이 구비돼 있다. 그리고 지하에는 거의 200대에 가까운 주차시설을 건립했다. 특히 보제원에는 한의사가 상주한다. 외국인이나 취약계층에게는 무료 진료도 해준다."

한의약박물관에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설이 완비돼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약령시의 한약재가 위생상의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은.

"과일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열대지방에서만 자라는 과일이 있듯이 한약 또한 생산될 수 있는 조건이 돼야 품질 좋은 한약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한약은 약 548종이 사용되고 있고, 그 중 약 70%가 수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감초나 계피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할 수 없고 생산이 돼도 효과가 신통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재 수입되는 제품은 과거보다 더욱 철저한 검역과 검사를 통해 유통관리를 하고 있다. 아울러 정확한 원산지 표기와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장치가 다 돼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재를 찾는 분들의 심정을 충분히 감안해 더 좋은 제품과 철저한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더욱더 노력할 것이다."

한의약박물관내의 '보제원 미니어처'에는 조선시대 때 보제원에서 약을 달이는 모습을 재현해 놨다.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약령시와 관련해 서울시나 동대문구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서울시가 서울약령시를 사단법인으로 인가해줬다. 2005년에는 재경부에서 한방산업특구로 지정해줬다. 2010년에는 서울시에서 한방산업개발지구로 지정해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칭이 무색하게 실질적 지원은 미비하다. 

서울약령시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온라인 상으로도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에서 체계를 갖추고 내외국인들 모두에게 강력히 홍보를 하고 싶어도 금전적 지원이 미비하니 우리가 계획한 것을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 

더군다나 지방의 경우 전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대폭적인 지원을 받지만 서울약령시는 그렇지 못해서 사실 속상하다. 전통이 면면히 흐르고 있는 우리 서울약령시는 오히려 턱없이 부족한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서울약령시가 계속 존재가능하게끔 서울시와 동대문구의 금전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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