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이재용의 과제③] '승어부' 이룰 신성장동력 찾아라
제2의 반도체 신화 이뤄야…바이오·6G 가속도 한창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1974년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의 지분 50%를 개인재산을 털어 50만달러에 인수했다. 아버지인 고 이병철 창업회장을 포함한 경영진들의 반대를 무릅쓴 투자였다. 당시 삼성의 기술력은 TV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허황된 이야기라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이 전 회장은 반도체 산업 진출을 강행했고, 그 결정은 삼성의 운명을 바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목표로 내세운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는 것)'를 이루기 위해선, 반도체 사업을 일궈낸 부친 이상의 업적을 쌓아야 한다. '제2의 반도체 신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여느 때보다 불확실해지면서,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최근 회장 승진을 단행하며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연 만큼, 제2의 반도체 찾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10년간 7조5000억 투입
바이오 사업은 '뉴삼성'을 이끌 핵심 신사업으로 꼽힌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꼽았고, 이재용 회장은 8년 뒤인 2018년 뉴삼성 도약을 위해 필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로 바이오를 거론하며 거액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전 회장이 기틀을 잡은 바이오 사업을, 이젠 본격적인 그룹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을 준비 중이던 지난달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바이오 사업을 직접 살폈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기공식 이후 7년 만이다. 재계에서는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회장 방문에 맞춰 삼성은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제약 산업의 파운드리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는 이번에 준공한 제4공장에 이어 제5공장, 제6공장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생산 기술 및 역량을 고도화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4공장 건설로 기존 공장 부지를 모두 활용함에 따라 11만평 규모의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새로 조성하고, 이곳에 공장 4개를 추가로 건설한다. 제2캠퍼스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도 세워질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6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시판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으로 제품 파이프라인을 더욱 확대해 글로벌 수준으로 사업을 키워나간다. 특히 현재 항암·항염 치료제 위주로 구성된 파이프라인을 앞으로 안과, 희귀질환, 골다공증 등 난치병 분야 등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5G 이어 6G도 선도
차세대 통신 사업 역시 삼성의 새로운 간판 사업 후보로 꼽힌다. 이 회장은 이전부터 5G를 비롯해 삼성의 차세대 통신 사업 육성을 주도해 왔다. 3G 이동통신이 대중화되고 4G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2011년부터 일찌감치 5G 기술연구를 전담할 '차세대 통신 연구개발조직' 신설을 지시하고, 이후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에 분산돼 있던 통신기술 연구 조직을 통합해 5G 사업을 전담하는 '차세대 사업팀'을 꾸렸다.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 연구 확대를 지원하는 등 5G 통신기술 연구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삼성은 오는 2028~2030년께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6G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5G 시대에 이어 6G 시대까지 선도해 차세대 통신 분야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지난해 12월 청와대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라며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2년 전부터 팀을 둬 6G를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6G는 100GHz(기가헤르츠)~10THz(테라헤르츠) 사이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초당 최대 1Tb(테라비트)의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5G보다 주파수를 더 끌어올린 만큼, 사용할 수 있는 대역폭이 넓어져 네트워크 전송 속도와 반응이 최대 50배 빠르다. 홀로그램, 메타버스, 완전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활용도가 무궁무진해 미래 필수 기술로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6G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2020년에는 '6G 백서'를 통해 6G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6G 주파수 백서'를 내고 6G 통신용 주파수 확보를 위한 글로벌 연구를 제안했다.
올해부터 고려대학교와 6G를 포함해 차세대 통신 기술을 다루는 '차세대 통신학과'를 계약학과로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 6G 포럼'도 처음 개최했다. 세계적 전문가들과 학계 및 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해 6G 관련 논의와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다. 지난 5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해당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테라헤르츠 밴드 통신(sub-THz) ▲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RIS) 등 6G 관련 기술 성과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