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쥐덫의 오류]③고객은 첨단제품 노이로제?
“지혜로운자의 목표는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는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
"기술진보로 인해 새롭게 쏟아지는 제품들이 고객에게 사용방법을 배우고 익숙해질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창고에 쌓여 빛을 못보고 잠길 수도 있다. 신기술 개발의 행복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 출시 후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불행을 피하는게 산업패러다임 변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포스코경영연구원
[뉴스웍스=한동수기자] 4차산업혁명시대다. 지금 세계는 ICT(정보통신기술)혁명이라는 제3의 물결을 넘어 제4의 새로운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공학 등 다양한 산업분야간 융복합과 이종교배가 본격화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무대가 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터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집합체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사뭇 다른 점 하나가 발견된다. 용어에는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앞다퉈 구매의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4차산업혁명은 대중화에 실패했을까
불과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이라는 놀림거리가 됐고, 인터넷은 다양한 영화 주제로 사용될 정도로 대중적이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사기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대중들도 국내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물인터넷 단계에서 상황은 조금 심상치 않다. 기업들은 실시간으로 빅데이터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공장운영을 할 수 있고, 개인들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일터에서 집안의 보일러나 전등의 스위치를 키고 끌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줄넘기도 달라졌다. 줄넘기 줄에 LED를 설치, 'LED 잔상효과‘를 이용해 허공해 줄넘기한 숫자가 표시된다. 줄넘기 횟수가 나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돼 기록되는 장치도 있다. 말만 들으면 생활을 바꿔줄만한 필요한 물건들이다. 그런데 그 수요는 예전의 혁명적 IT제품과 비교할 때 저조한 수준을 넘어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사람들은 4차혁명의 제품에 감탄만 할 뿐이다. 구매하지 않는다.
◆바쁜일상...사용방법까지 배워야해?
사용방법의 공포시대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는 됐지만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혁신적인 기술의 진보를 고객이 따라가지 못하는 제품들은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 더 좋은 쥐덫의 오류와 같은 경우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은 “새로운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고객의 니즈는 물론 습관을 넘어 사용의 편의성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며 “4차산업혁명은 컴퓨터나 인터넷 정도가 새롭게 출시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만큼 고객이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 IT업계도 제품 출시의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들도 첨단제품을 익숙하게 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그웨이는 운송수단의 혁명?
세그웨이(Segway). 우리나라 도심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1인용 운송수단이다. 처음 소개됐을 때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도시의 출퇴근 광경을 바꿀만한 혁신제품이라는 전문가들의 찬사도 쏟아졌다. 결과는 참패라고 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예상을 충족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출시 후 18개월동안 6000여대 판매에 그친 제품이다. 성공이라고 할 수 없는 초라한 성적표다.
반면 기술력은 뛰어났다.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돼 탑승자가 몸을 앞 뒤로 기울이기만해도 자동으로 전진하고 방향전환은 물론 정지도 된다.
그런데 결과는 왜 예상을 깨지 못했을까. 새롭긴 했지만 사용해야할 필요성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1000만원대인데다, 1회 충전으로 40Km를 가지 못한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도시인들이 보관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인도에서는 너무 빠르고 차도에서는 너무 느리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었다. 고객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제품이 대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하나의 사례가 됐을 뿐이다.
박 연구원은 “기업들은 첨단제품 개발시 고객들이 부지런하고 충성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게 바람직한 상황”이라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항상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제한된 자원과 인력소모를 어떻게 막고 고객들은 얼마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점검할 체크리스트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