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이재용 100일①] 열흘 중 사흘이 공개 일정…쉴 틈 없이 만난 '글로벌 거물'들

해외서만 20일…독보적인 '글로벌 인맥' 과시해

2023-01-29     전다윗 기자

내달 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했지만, 지난해 10월 27일 공식적으로 회장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이재용 시대'를 열었다. 뉴스웍스는 3회에 걸쳐 숨 가쁘게 달린 이재용 회장의 100일을 돌아보고,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을 짚어본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취임 뒤, 쉼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굵직한 공개 일정만 '열흘 중 삼일꼴'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행보에 주력했다. 공개 일정의 대부분을 해외 출장에 할애하며 글로벌 정·재계 인사를 두루 만났다. 국내 일정도 방한한 글로벌 거물들과 미래 먹거리를 논의하며 의미 있는 만남을 이어갔다.

이재용(가운데) 회장이 지난해 12월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5일 중 하루를 해외에서…글로벌 네트워크 뽐내

이 회장은 취임 100일 중 20여 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 회장 일정의 대부분이 해외 행보였다. 지난해 8월 사면·복권되기 전까지 출장 등을 최대한 자제해 왔지만,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의 막을 열며 미뤄뒀던 해외 현장 경영에 힘을 쏟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에는 이달 16일(현지시간)부터 4박 5일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새해 첫 해외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것이다. 경제사절단은 이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을 포함해 모두 101명으로 구성됐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재계에서 독보적이라고 평가받는 글로벌 인맥을 과시했다. 18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의 오찬 자리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인텔·IBM·퀄컴·JP모건 CEO들을 직접 섭외했다. 그는 초청부터 참석 여부 확인까지 직접 꼼꼼하게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할 때는 어깨를 툭 치는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열린 '2030 다보스 코리아 나이트' 행사에선 연회장을 누비며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홍보에 힘썼다. 

다보스포럼 참석 전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일정에도 동행했다. 이전부터 UAE와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이 회장은 경제사절단에서도 선봉장 역할을 하며 총 300억달러(약 37조원) 투자 협력을 끌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UAE는 이 회장이 취임 후 처음 찾은 해외 사업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4일부터 9일까지 UAE를 방문해, 아부다비 알 다프라에 위치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바라카 원전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아울러 이 회장은 바라카 원전 방문 전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중동 지역 법인장들을 만나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UAE에서 돌아온 열흘 뒤인 21일에는 동남아시아로 떠났다. 23일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시 떠이호 THT지구에서 열린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이 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종합 연구소다.

이후 귀국 전까지 구체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을 차례로 방문해 삼성SDI 말레이시아 법인 등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 CEO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BMW CEO부터 사우디 왕세자까지"…방한 거물들의 '필수 코스' 

이 회장의 국내 행보도 글로벌 경영에 방점이 찍혔다. 회장 취임 직후 상생 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광주(지난해 10월 28일)와 부산(11월 8일)의 협력업체를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방한한 글로벌 정·재계 인사를 만나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달 17일에는 국내 행사 참여를 위해 방한한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만나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삼성은 지난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13년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협력 초기 단계부터 BMW 경영진과 교류하면서 양사 간 전기차 협력 강화를 주도해 왔다. 

한 달여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페트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슈퍼 을' ASML의 피터 베닝크 CEO와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같은 달 한국을 방문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만났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차담회를 열고 '네옴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보다 약 44배 큰 2만6500㎢ 규모 인공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골자로,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참여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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