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일 "러시아 '하이브리드 전쟁' 패배…글로벌 테크기업, 우크라이나 지원 영향"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제2의 냉전시대 회귀 맞아 초강대국 미국과 척 져선 우리 미래 없어"

2023-04-25     원성훈 기자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 (사진제공=정춘일 부소장)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침공 이후 어느덧 400여일이 지났지만, 이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지구촌에 상시적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시사했다가 지난 24일에는 "전쟁 당사국들간 다양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군사 및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독특한 견해를 피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국제정치사에서 갖는 의미를 분석하는 내용의 전화인터뷰다.

정춘일 박사는 육군사관학교 36기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전임강사,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실무장교,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국방부 군사혁신단 실무장교 및 과장, 육군교육사령부 전투실험처장 등을 역임하고 대령으로 전역했다. 현재는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문재인 정권이 대외정책 중에 근본적으로 잘못한 게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적잖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이 점잖고 두루뭉술하게 발언하지 왜 굳이 그리 세게 얘기했느냐고 질책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윤 대통령이 제멋대로 한 얘기로 들리지 않더라. 즉 주변 참모들의 여러 가지 검토를 거쳐서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냥 단순하게 대통령의 발언을 현재 입장에서 얘기를 하면 그게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런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우리가 북한, 중국,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중국, 러시아와 친해본들 거기에서 뭐가 나오겠느냐. 북한에게 그냥 절절 매고 북한이 뭐라고 할 때마다 허둥지둥 대고 그런 북한에 대해 러시아나 중국이 뭔가 영향력을 행사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기대지 않았느냐. 그렇게 하다보니 미국을 포함한 서방 진영하고는 척을 지게 된 것이다. 우리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과연 북한-중국-러시아와 친하게 지내야할지 미국-일본과 친하게 지내야 할지는 명확히 답이 나와 있는 것이다. 세계의 패권을 쥐고 흔드는 초강대국 미국과 척을 져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시사한 의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사람들이 이해를 잘못하고 있는 게 있다. 이 전쟁은 굉장히 국제정치사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전쟁이 처음에 발생했을 때는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그냥 점령되고 우크라이나가 마치 사라질 것처럼 사람들이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선전을 했다. 물론 선전하게 된 배경은 서방 국가들이 지원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서방 국가들이 지원도 제대로 안해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역사적인 의미부터 살펴보자. 과거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거대한 전쟁은 거의다 유럽에서 발생했다. 유럽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세계 질서가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됐다. 유럽은 그런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처음으로 발발한 전쟁이다. 

바로 그런 전쟁에서 러시아가 헤매고 있다는 것은 러시아가 이미 지고 있는 전쟁이란 얘기다. 러시아가 비록 몇몇 곳에서 선전을 했다쳐도 전반적으로는 전쟁의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더군다나 러시아의 국력이 쇠퇴하면서 경제력도 바닥을 기고 있지 않냐. 게다가 러시아가 자랑하던 군사력이라는 것도 이른바 '종이 호랑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군대의 기강도 개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마치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 관군의 모습이나 6·25전쟁 초반의 우리군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수준이다. 

러시아도 정규군은 전쟁을 사실상 포기하고 용병들만이 싸우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러시아는 소위 강대국의 지위에서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중국외에는 없다. 결국 러시아-중국이 미국과 맞붙는 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제2의 냉전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결국 세계는 과거의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쪽은 러시아-중국-북한이 결속되고 미국은 거기에 대비해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맞서는 형태다. 결국 새로운 '북방 삼각 관계'와 한미일을 주축으로 하는 '남방 삼각 관계'가 형성이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호주와 인도 및 대만도 한미일 측에 동맹으로 합류하는 이런 시대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전체주의 진영 대 자유민주진영으로 나뉘어지는 그런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선택할 길은 자명하지 않나. 우리는 미국이 그리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중국을 굳이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도대체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과연 국가 이익과 국민이라는 것이 안중에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강대국은 두 가지 개념으로 나뉜다. '스트롱 파워(Strong Power)'와 '스트롱 스테이트(Strong State)라는 것이 그것이다. 러시아가 스트롱 파워인 것은 맞다. 국토도 넓고 인구도 많고 군사 기술도 조직화가 안 돼서 그렇지 군사기술도 뛰어나다. 엉뚱한 짓을 해서 그렇지. 이런 내재적 힘을 갖고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엉뚱한 데서 엉뚱하게 착복해서 새어 나가서 힘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스트롱 파워는 맞지만 스트롱 스테이트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스트롱 파워'는 그냥 외형적으로 봤을 때 강대국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스트롱 스테이트는 일류 국가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국민들의 안전이 보장된 가운데 풍요롭게 먹고 살 수 있으면서 내전 같은 게 없는 그런 국가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국민들이 결속돼 있는 그런 나라가 '스트롱 스테이트'다. '스트롱 스테이트'는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같은 국가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는 '스트롱 파워'이기는 하지만 스트롱 스테이트는 아니다.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이런 정도의 위상인 러시아에게 우리가 굽실거릴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러시아와 싸우고 살 수는 없다. 냉엄한 국가 이익 관점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패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후 처음으로 발발한 전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가 형편없는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지원에 힘입어서다.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가지 첨단 기술들이 이 전쟁에 쓰여지고 있다. 그러니까 장갑차, 탱크 같은 무기는 구닥다리 무기인데 그런 무기들을 잘 쓰도록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해 주는 것은 첨단 기술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에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데이터들을 백업 받아서 우크라이나 외부로 모두 옮겨놨다. 미국 글로벌 세력의 역할이 이 정도로 크다. 일례로 구글 같은 곳에서는 구글 지도에서 러시아가 지도를 보고 전쟁에 활용할까봐 우크라이나 지도를 빼버렸을 정도다. 

이외에도 어나니머스 같은 국제 해커 조직이 러시아를 혼내주었다. 크림반도 전쟁에서 행해진 게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인데 먼저 사이버 공격을 벌여 작살낸뒤에 물리적인 공격을 가했다.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측에서 바로 그것을 러시아에 대해 수행했다. 즉,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지원으로 인해서 러시아는 특유의 하이브리드 전쟁에서실패한 셈이다. 국제적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양상으로 전쟁이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게 전쟁사적 측면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더 상세한 것은 나중에 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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