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보험사 출혈경쟁 부추겨…보험상품 질적가치 훼손 우려"
한승엽 교수 "단기수익 위해 신계약 과당경쟁 빠질 수 있어"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보험사들이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하에서 이익증대를 위해 신계약 모집 목적의 '양적 과당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승엽 홍익대학교 교수는 23일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2023 한국회계학회 하계국제학술대회'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보험사들이 IFRS17 속에서 이익을 늘리기 위해 신계약 모집을 위한 양적 과당경쟁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과당경쟁이 맹목적 행위로 변질될 경우 보험상품의 질적 가치까지 훼손될 위험이 있다"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승엽 홍익대 교수는 "IFRS17은 IFRS4와 비교해 신계약 확보 시 초기에 높은 수익성을 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보험사 입장에서는 신계약 확보로 높은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갖고자 하는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보험사 간 신계약 유치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승엽 교수는 "IFRS17 시행으로 우리나라 보험사의 재무성과와 건전성이 모두 큰 폭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최근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IFRS17이 우리나라 보험사에 끼칠 재무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경계했다.
한 교수는 "따라서 보험사 경영자는 단기수익성 제고를 위해 신계약 과당경쟁에 빠져선 안된다"며 "질적 가치나 장기수익성을 해치는 무리한 수준의 판매경쟁이 생겨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에 따르면 보험계약 모집에 쓰이는 신계약비는 우리나라 보험사 사업비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기손해보험의 경우 신계약비가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63.7%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이보다 많은 68.3%를 찍었다.
신계약비는 보험사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을 뜻한다. 계약 모집실적에 따라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비롯해 판매촉진비, 점포운영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IFRS17 시행으로 보험사 보험부채 평가 방식 및 손익 인식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당연히 신계약비 산출 방식도 바뀌게 됐다. 기존 IFRS4에서는 부채와 손익을 원가에 기반해 산출했지만, IFRS17 도입 이후에는 이들을 시가로 환산해 계산한다. 신계약비 산출도 비슷한 맥락이다. 쉽게 말해, 서비스 제공 의무를 부채로 먼저 잡은 뒤 실제 제공된 서비스를 점차 수익으로 전환시키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보험계약 모집의 지표인 신계약비 또한 부채 및 손익과 마찬가지로, 상각(부채에서 수익으로 전환) 기준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초 신계약비는 IFRS4에서 자산으로 먼저 인식된 뒤 관련 법규에 따라 보험기간에 상관없이 최대 7년 한도로 조기 상각됐다. 이 때문에 손익 변동의 폭이 7년을 기점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반면 IFRS17로 들어서며 신계약비는 보험계약과 관련한 미래현금흐름에 포함되면서 보험기간 전체에 걸쳐 이익으로 처리됐다. 이에 따라 손익 변동은 안정적인 그래프를 그리게 된다. 단, IFRS17 하에서 신계약비 손익은 IFRS4의 경우와 달리 전체 보험기간 중 계약 초기에 높은 비중으로 몰려 인식된다. IFRS17 특성상 미래 기대이익의 현재가치가 계약체결 시점에 보험계약마진(CSM) 형태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계약 초기에 인식된 만큼 미래에 인식할 이익의 규모는 줄어든다.
따라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익의 규모가 줄어드는 미래 시점에 신계약 규모를 다시 늘릴 필요성이 생긴다. 신계약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보험사 입장에서 손실부담계약 전환 가능성이 증가해 향후 재무구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IFRS17 시행을 계기로 보장성보험 출시 쏠림현상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한은은 보장성보험 출시 쏠림현상이 심화할 경우 "보험사들은 현금유동성 저하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