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받은 KB금융 승계프로그램…윤종규 회장 후임에 허인·양종희·이동철 '주목'
맡은 업무 바꿔가며 경영수업 받아 유력 후보 인정 이복현 금감원장 “공평한 기회‘ 발언에 낙하산 불안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된다. 이에 차기 회장직에 오를 인물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달 차기 회장 후보군을 담은 롱리스트를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 상 윤종규 회장 임기 만료 2개월 전인 9월말께 차기 회장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후보군 검증에 돌입한 셈이다.
1차 후보군은 10여명 내외로 추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주주, 직원, 노동조합 의견을 청취해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관심거리는 8월초 발표 예정인 숏리스트(2차 후보군)에 허인, 양종희, 이동철 부회장이 포함될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례적으로 KB금융 승계프로그램에 대해 "잘 짜여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이 원장이 타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쓴소리를 뱉었던 점을 감안하면 KB금융 승계프로그램은 티 잡을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주 내부에선 부회장 3인이 경영승계 작업 중이란 말이 돌았다. 이유는 올해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이 1년 만에 맡은 업무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허인 부회장은 지난해 개인고객부문과 WM·연금부문, SME부문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글로벌부문과 보험부문을 지휘하고 있다.
디지털부문장 겸 IT부문장이던 양종희 부회장은 올해부터 개인고객부문장과 WM·연금부문장, SME부문장을 맡고 있으며 이동철 부회장도 디지털·IT부문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회장이 여러 계열사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여러 분야를 두루 잘 할 수 있는 후계자를 찾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변이 없는 한 부회장 3인이 최종 경쟁까지 남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수는 금융당국이다.
이복현 원장도 칭찬과 함께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들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부탁과 기대가 있다"고 말해 3명 외 다른 인물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사실 KB금융은 과거 회장 자리를 놓고 외풍에 자주 휩싸였다. 초대 회장인 황영기 회장부터 어윤대, 임영록 전 회장 모두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2014년 KB사태 이후 윤종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지난 9년 동안 혼란을 딛고 성장했지만 다시 한번 외부 입김에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타 금융지주의 사례를 참고하며 승계작업을 고도화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회장 연임 전망이우세할 때에는 외부 출신은 들러리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후보 명단에 올라가는 외부 출신이 누구냐에 따라 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