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콘 써보니]②'양날의 검' 비콘…'정보침해, 보안' 문제점도 산적

2016-07-27     김벼리기자

[뉴스웍스=김벼리기자] 지난 2013년 애플의 ‘아이비콘(iBeacon)’을 통해 처음 알려진 비콘(Beacon)이 곧바로 유통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비콘의 두 가지 장점 덕분이었다.

비콘은 세부적인 위치까지 파악하지 못하는 와이파이(Wi-Fi)나 GPS와는 달리, 최소 5㎝ 사이의 거리까지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운용거리가 최대 10㎝ 안팎에 불과한 근거리무선통신(NFC)에 비해 비콘의 최대 작용범위는 70m에 달한다.

역설적이지만 ‘보다 좁으면서 보다 넓다’는 점이 비콘의 독보적인 가능성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가능성은 ‘양날의 검’이었다. 비콘을 도입하고,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비콘의 강점이라고 여겨졌던 두 특성들이 반대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이 나타난 것이다.

<사진제공=에스티모트>

◆‘너무 좁아서’…개인정보침해 문제

우선 세부적인 단위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비콘의 특성은 와이파이나 GPS보다 심각한 개인정보유출 문제를 야기했다.

앞서 전파가 차단돼 실내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GPS와 달리 단말기를 통해 소비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비콘의 장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이런 점은 GPS보다 비콘이 개인정보를 훨씬 구체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5㎝ 단위로 거리를 인식할 수 있는 비콘의 특성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더욱 높인다.

얼마 전 비콘 앱을 지웠다는 A(26) 씨는 “매번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그날의 할인 정보를 알려줘서 처음에는 유용하게 썼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며 “특히 실제로 누군가 내 정보를 보고, 수집하고,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해졌다. 바로 앱을 지웠다”고 토로했다.

앞서 애플이 아이비콘을 도입한 직후에도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이에 애플은 “아이비콘을 통해 어떤 개인정보도 저장하지 않는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기술 자체가 아이비콘 하드웨어에서 휴대폰으로 오직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도록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정보침해를 둘러싼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애플식의 대처로는 소비자의 불안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며 “정보침해를 걱정하는 소비자에게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라고 백 번 말해봤자 믿겠나. 한 번 금간 신뢰를 돌려놓으려면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이든 명확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언제, 어디서 비콘 알람이 울리는지’ 소비자에게 명시적으로 알려놓는 방법이 있다”고 제언했다.

비콘 서비스 설명. <사진제공=에스티모트>

◆‘너무 넓어서’…스팸 및 보안 문제

반대로 최대 70m까지 넓게 작용하는 비콘의 특성은 ‘정보 폭탄’이라는 폐해를 낳았다.

점포의 규모를 넘어서는 지역에서까지 비콘 서비스가 작동하다보니 무분별하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이 소비자에게 쏟아지는 것이다. 이런 정보 폭탄에 피로감을 느껴 비콘 서비스를 외면하는 소비자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비콘 앱을 쓰지 않는다는 K(25) 씨는 “비콘 앱이 처음 나왔을 때 호기심에 깔아봤다. 자꾸 뜨는 알림이 귀찮긴 했지만 한동안 지우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런데 한 번은 막 편의점에서 나와서 걷는데 다른 편의점 할인 알람이 뜨더라. 그건 정보라기보다는 스팸이었다. 그 뒤로 알람을 껐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구매 등 생활패턴 관련 정보가 유의미한 정도로 쌓인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정보폭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례로 롯데카드의 경우 소비자의 결제 패턴을 기준으로 쿠폰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약 식사를 한 뒤 커피를 마시는 경향이 있는 소비자가 밥을 먹은 후 결제하면 커피 쿠폰을 쏴주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비콘의 넓은 서비스 범위는 보안문제도 야기한다.

NFC에는 운용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결제 시스템을 고려하면 보안이 뛰어난 편이다.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단말기와 리더기를 사실상 접촉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콘을 통해서라면 단말기와 최대 70m 떨어진 곳에서도 결제를 할 수 있다. 이때 비콘 자체를 복제하거나 비콘과 서버, 스마트폰이 주고받는 정보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해킹당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보안에 있어서 NFC보다 비콘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비콘 서비스에서 결제 시스템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엄연히 NFC와 비콘은 다른 영역인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비콘, 결제에서는 NFC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안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