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승부수] '언러닝 이노베이션' 외친 신동빈 롯데 회장…위기 정면돌파 주문

2023-08-27     김상우 기자
지난 6월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신동빈 롯데 구단주와 박형준 부산 시장이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지난달 열린 하반기 롯데그룹 사장단회의(VCM)에서 신동빈 회장은 ‘언러닝 이노베이션(Unlearning Innovation)’이란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언러닝 이노베이션은 과거에 매몰되지 않는 새로운 혁신을 의미한다. 과거에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걸림돌이 되는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이라면,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20년 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기업 인수를 주도하면서 ‘뉴롯데’의 체질 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유통 공룡’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의 무게를 배터리·화학·모빌리티 등으로 옮기고 있다. 재계 6위라는 덩치에 안주하기보다 신성장동력에 주력하는 ‘개척자’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롯데의 이러한 변화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위험을 내포한 급격한 변화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편에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투영한 신 회장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그가 주도한 사업재편이 올해 상반기 들어 하나씩 실적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해 탄생한 롯데웰푸드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8% 증가한 486억원을 거둬 통합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통합전략도 순항하고 있으며, 올해 초 2조7000억원을 투입해 품에 안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가 3분기부터 빛을 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 그룹의 ‘캐시 카우’를 롯데케미칼로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모빌리티 투자도 활발하다. 중고차와 렌터카, 배터리 소재 등에서 기존 현대자동차그룹·SK그룹과 경쟁구도를 만들어가면서 카셰어링, 전기차 충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사업의 주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롯데케미칼이 배터리 소재 등의 공급망을 아우른다면, 롯데렌탈은 렌터카‧중고차‧공유플랫폼을, 롯데정보통신은 전기차 충전기 등을 담당하며 모빌리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에 조성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기존 유통 사업의 해외 확장도 고무적이다. 19개의 계열사가 진출할 정도로 그룹의 역량을 한데 모은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본격 개장했다. 이곳은 축구장 50개 규모의 대단위 상업복합단지로 쇼핑몰·마트·호텔·영화관 등이 모은 베트남판 ‘롯데몰’이다. 다수 계열사의 첫 해외 진출이기도 한 신 회장의 야심작이기에, 이곳의 성공적인 운영은 롯데의 해외 거점 확대에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 회장은 다음 달 자카르타를 찾아 현지 투자 현황 등을 점검하는 일정도 추진, 롯데의 해외 유통 사업을 베트남에 가둬두지 않겠다는 의지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전체로 영향력 확대를 구상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을 지탱하는 양축인 화학군과 유통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려면 재무 부담을 빠르게 덜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배터리 소재는 인프라 투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9월까지 최소 25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리스크를 일시 해소하겠다는 계획부터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며 시장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학은 업황 악화로 인한 실적 회복이 더디고, 유통 역시 고금리 여파 등으로 인한 소비부진이 여전하다”며 “순차입금이 3조9000억원을 넘기면서 재무안정성이 악화돼 신용도까지 떨어지는 도미노 악재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투자 고삐를 늦추지 않는 신 회장의 승부수가 더욱 효과를 내려면 기존 사업 부문의 하반기 실적 증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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