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원 항공대 교수 "총알 못 찾아냈다고 검색요원 벌 주면 떠날 뿐…처우 개선·전문성 제고 필요"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땀 흘리거나 지나가는 사람 눈동자 탐지 가능…의심되면 옆으로 빼내 집중 관찰"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항공산업이 최근 연이어 발생한 보안 사고로 도마 위에 올랐다.
얼마 전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권총 실탄 2발이 발견되고, 국내 입국이 불허된 카자흐스탄인 2명이 송환 대기 중 탑승구 유리창을 깨고 외곽 울타리를 넘어 밀입국한 사건이 발생했다. 급기야 길이가 21㎝에 달하는 칼이 보안 검색을 뚫기도 했다. 심지어 보안검색대가 꺼진 줄도 모르고 승객에 대한 보안 검색을 하는 황당한 보안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항공보안분야는 불특정 다수가 밀집돼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그동안 아무리 잘해왔더라도 단 한 번의 보안 실패로 인한 타격이 타 분야에 비해 훨씬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뉴스웍스는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를 만나 '항공보안'이 산업·사회 전반에 끼칠 영향을 진단하고 현재 국내 기업들의 행보와 과제에 관해 물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보안 사고 배경에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가. 이에 대한 대응책과 예방 방안은.
"최근 기내와 공항에서 실탄이나 흉기 등의 위험물이 발견되는 사례가 많이 나왔다. 대한항공의 실탄 발견 사건의 경우 보안검색요원이 잘못했다는 게 논점이 됐고 실제로 입건이 되기도 했다.
항공보안법 제50조에 따르면 승객과 휴대 물품에 대한 보안 검색을 하지 않거나 '소홀히' 한 사람에 대해 처벌하게 돼 있다. 실제 보안 검색대 엑스레이 상으로도 실탄을 식별해 내기는 쉽지 않다. 총알 크기가 실제로 보면 정말 작다. 찾아냈다고 상을 주는 게 아니고 못 찾았다고 벌을 주면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사기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고, 떠난 인원을 급히 메꾸다 보면 교육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면 전문성이 저하되고 이러한 사고는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일뿐더러 보안검색요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현재 연구 중인 과제가 '자격증 제도' 도입이다. 보안검색요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후 그에 따르는 심사를 거쳐 자격증을 부여하면 실질적인 질이 높아질 것이다.
다른 측면에선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독일 공항에 방문했을 때 검색대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스프레이는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이라는 스토리를 간략히 담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검색대에서 줄을 서고 있던 승객들이 자연스레 해당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보안 문화의 일환이다. 이처럼 보안 문화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위험물을 갖고 오는 승객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로선 위험물을 발견, 기내 반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외엔 승객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 테러 예방을 위해 법무부가 공공장소에서 위험한 물건을 소지만 하더라도 처벌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경각심을 가지고 사전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운영하는 '항공보안365'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승객들은 해당 사이트를 통해 항공보안자율신고를 접수할 수 있으며 항공 위험물, 객실 내 반입 금지 물품, 휴대 및 위탁 반입 금지 물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기내 난동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빈도가 잦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한 항공사 및 규제 기관의 역할은.
"기내의 경우 기장과 객실 승무원에게 사법경찰관의 권한이 부여됐다. 사법경찰관리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을 보면 '항공기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관하여는 기장과 승무원이 제1항에 준하여 사법경찰관 및 사법경찰리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승무원이 사법경찰관의 역할인 체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객실 승무원들이 이러한 역할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현재로선 미흡한 실정이다. 기내 난동이나 테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철저한 실습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규제 기관은 제도 및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테러 위협에 대해 해외 항공사와 국내 항공사와 차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관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통일한 규정이 있다. 한국은 항공보안법이 추가로 존재하는데 항공사나 공항에 가서 보안에 관련된 검사를 진행하는 항공보안감독관이라는 직무가 있다. 현재 28명의 국토부 공무원이 해당 직무를 맡고 있는데 관련 업무를 맡는 이들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공안전감독관의 경우 조종사들이 공무원의 자격을 부여받아 진행한다. 이처럼 항공보안감독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선 현재 보안 감독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항공안전감독관처럼 항공보안감독관의 '전문임기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비상구 개문 사고 등의 사례로부터 항공사들이 어떻게 교훈을 얻어야 할까. 안전한 항공 여정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교훈이라면 결국 승객 협조의 필요성이다. 아시아나 개문 사고도 승객들이 막았다. 현재 비상구 앞 좌석 판매를 막는다거나 비상구 개문이 쉽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건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 객실 승무원이 적었던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객실 승무원은 탑승 인원수가 정해져 있다. 모든 문마다 승무원 좌석이 배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사건의 경우 바로 옆에 있던 승객들이 먼저 저지했던 것이다.
ICAO가 2021년을 보안 문화의 해로 지정했었다. 당시 표어로 '보안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를 채택, 안전한 비행을 위해선 비단 보안 종사자뿐만 아니라 항공보안 이해관계자인 여객의 자발적인 협조 또한 중요함을 강조했다.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잡는다는 옛말처럼 결국 승객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업계에선 앞으로 인공지능과 신기술이 항공 안전 및 보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항공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인가.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윤리적 고려 사항에 대한 견해는.
"현재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보안 장비가 최신화되고 있다. 또한 국내 보안장비 인증제도가 만들어져서 국내 회사에서도 보안장비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행동 탐지'라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선택과 집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행동을 보고 탐지해 보안 검색 시 이상이 없는 사람들은 빠르게 보내면서 의심되는 사람들은 옆으로 빼내서 집중 관찰하는 것이다.
지금 기술이 어느 정도냐면 땀을 흘리는 거나 지나가는 사람의 눈동자도 탐지가 가능한 수준이다. 사람이 초조하거나 불안해할 때 하는 행동들을 AI가 잡아낸다는 얘기다.
다만 아무래도 개인정보보호와 충돌이 예상된다. 하지만 서비스와 보안은 상호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인 이득을 위해선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수긍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CCTV에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대신 안전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항공화물보안검색도 보완 사항이 절실하다고 주장도 나온다. 현황과 개선 방안은.
"승객과 위탁수하물에 대한 검색이 최근 문제시되고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화물보안검색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 많다. 항공보안법 제15조 2항에 따르면 화물보안검색은 현행 항공보안법 상 항공사가 보안검색의 주체로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승객과 위탁수하물 보안검색을 공항공사가 담당하는 것과 대비된다.
일선에서 승객 등의 보안검색은 '항공보안검색요원'이 그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의 신분은 특수경비원으로 일정 교육을 받아야 하는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다만 실제 항공화물 검색에 있어서는 현재 법률상 특별한 법적 지위를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법적 교육지침 등 소홀한 점이 많아 미흡한 전문성이 문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화물은 반드시 화물항공기에만 탑재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일반 위탁수하물과 함께 운송되기도 하므로 이 역시 엄격한 절차 및 감독이 행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하루빨리 항공화물보안과 관련해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토부의 항공보안감독관의 엄격한 감독 활동이 요구되나 실제 현재 운용되는 우리나라 항공보안감독관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항공 안전 분야에서 '전문임기제 공무원' 제도를 활용하는 것과 같이 항공보안감독관에게도 '전문임기제 공무원' 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제도상 개선방안으로는 등록대리점 및 상용화 주제 등 화물보안의 효율성을 위한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고 현장에서는 항공사의 책임과 관심이 요구된다. 국토부의 엄격한 감독 시스템이 문제 해결 방안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항공화물보안검색 요원에 대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등 보안검색에 적합한 전문성이 필요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