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소비자 10명 중 2명 떠날 때 설계사 6.5명 짐 싸…"불완전판매 우려"

2023-10-13     백종훈 기자
이복현(첫째 줄 가운데) 금융감독원장과 생손보사 대표이사들이 지난 1월 26일 열린 '보험사CEO 간담회'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 10명 중 8명이 1년 뒤에도 해당 보험계약을 유지했다. 반대로 보험모집 등의 주체인 보험설계사 자리에는 1년 뒤 10명 중 3명만이 남았다. 

이처럼 보험계약자 탈락 대비 보험설계사 이탈의 규모가 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금융감독원 보험회사종합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 기준 생명보험사 13회차 계약유지율 평균은 80.4%다.

계약유지율은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이를 언제까지 유지하느냐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보험설계사 등 영업인력이 보험상품을 판매한 후 고객을 얼만큼 잘 관리하고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IFRS17 수익성지표에 해당하는 CSM(보험계약마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 

보험사 입장에서 소비자가 보험계약을 장기간 유지할수록 예실차(예상치와 실제 비용과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데다 그만큼 현재 수익으로 가져올 수 있어서다. 계약유지율이 떨어지면 보험료 유입이 줄어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어렵다. 

보험사 별 13회차 계약유지율을 살펴보면 ▲DGB생명 89.8% ▲푸본현대생명 89.6% ▲DB생명 87.4% ▲삼성생명 86.8% ▲KDB생명 86.1% ▲미래에셋생명 85% ▲라이나생명 84% ▲하나생명 83.8% ▲한화생명 83.6% ▲메트라이프생명 83.5% ▲신한라이프생명 83.3% ▲농협생명 83.1% ▲ABL생명 82.9% ▲동양생명 81.2% ▲KB라이프생명 80.5% 등의 순이다.

다만 같은 기간동안의 보험설계사 정착률은 13회차 계약유지율 평균인 80.4%에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어서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계약자를 모집하고 관리해야 할 주체인 보험설계사가 오히려 자리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 기준 생명보험사 13회차 보험설계사 등록정착률 평균은 35.9%다. ABL생명이 71.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삼성생명 43.1%, 교보생명 4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보험설계사 부재는 소위 '고아계약'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고아계약의 발생은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이와 관련해 생명보험업계 불황과 법인보험대리점(GA) 영향력 증대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 전속설계사가 손해보험 교차모집설계사로 등록한 비율은 지난해 기준 82.8%를 찍었다. 인원 수로는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5만9903명 중 4만9269명이다.

교차모집은 특정 보험사 소속의 설계사가 '해당 보험사가 속하지 않은 보험업'을 영위하는 타 보험사 한 곳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생명보험 설계사 인기가 손해보험 설계사보다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인구 고령화로 사업비 지출이 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GA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전속설계사에서 GA 소속 설계사로 이직하는 인력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설계사 이탈에 한 몫했다.

실제로 보험상품 판매인력 대비 GA 소속 설계사 비중은 지난 2012년 39.1%에서 지난해 60.1%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동안 보험산업 전체 보험상품 판매인력 대비 생명보험업계 전속설계사 비중은 37.1%에서 15%로 절반 이상 줄었다.

보험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보험사들이 제판분리를 확대하고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이 GA로 옮겨가면서 보험모집 시장이 GA 시장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불황, 법인대리점 영향력 확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떠나는 설계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이 상황이 악화할 경우 계약유지율 관리는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는 고아계약 등 불완전판매로 나타나 소비자피해가 우려된다"며 “보험계약자들 보험료 납부능력, 설계사 현황 등을 고려한 전략적 상품판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