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되자 행동주의 펀드 '본격화'…배당 넘어 지배구조 개선까지 '영향'

트러스톤자산운용 '업계 최초' 행동주의 ETF 상장 "주주행동,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효과 기대"

2023-12-13     유한새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연말이 되자 주주행동에 나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을 중심으로 제안했던 것과 비교하면 내년 주총 안건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오는 14일 코스피에 상장된다.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 ETF는 우량한 펀더멘털을 보유했지만, 낮은 주주환원율 등을 이유로 저평가된 기업 중 향후 주주가치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ETF다. 행동주의 전략을 취하는 ETF의 상장은 업계 최초다.

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초 태광산업을 상대로 주식 분할, 현금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주주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의 ETF가 상장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처럼 연말이 되자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은 지난 6일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팰리서 캐피탈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이사회 다각화 ▲지주회사 전환 ▲특정사업부문 매각 등이 담겼다.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전달하면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존 이사회 구성원의 임기 만료에 따라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의 독립성 및 투명성, 이사회 중심 경영 문화의 성공적 정착 여부가 향후 지배구조 개선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금융지주들의 배당을 두고 주주행동을 펼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올해 초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 경영진에게 만성적인 주가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각 금융지주들이 매년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에 이를 때까지 매년 조금씩 꾸준히 적립해 나가되 13% 이상에 대해서는 전액 주주환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배치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얼라인에 백기를 든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금융지주들은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제시했다. 또한 얼라인의 주주행동 시기, 금융주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순히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지배구조 개선에도 입김을 불어넣으며 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소극적 주주들은 시세차익과 배당에 주된 관심을 보였지만, 주주행동주의에서 적극적 주주의 경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기업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를 야기한 자에 대한 소송 등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며  "주주행동주의로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시키는 등 시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실시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움직임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3월에 정기 주총이 열린다고 가정하면 1~2월에는 주총 안건이 전달돼야 한다"며 "올해 주총 시즌에 있었던 행동주의 캠페인도 대부분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월 사이에 개시됐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이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은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을 높이라는 등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기존 주주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면서도 "대상 기업들의 주가가 행동주의 펀드 활동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들이 진입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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