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원화 가치…소비자물가부터 수출까지 '악영향'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오는 6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달러 강세 현상과 함께 원화 가치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원화 가치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 대비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팟 수익률’ 비교에서 원화 가치는 전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지난달 29일 대비 2.04% 떨어졌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루블(-1.69%)과 중동지역 위기상황의 중심인 이스라엘 셰켈(-1.54%)보다 하락세가 더 크다. 화폐가치 변동성이 매우 높은 브라질 헤알(-1.54%)도 원화보다 하락 폭이 적었으며, 일본 엔화(-1.26%) 역시 원화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1.3원 오른 1375.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년 5개월 중 최고치다. 지난해 말 종가(1288.0원) 대비 6.78%, 지난달 말 종가(1347.2원)와는 2.09%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긴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진 2022년 등 총 세 번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주된 원인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강달러’ 현상의 지속세다. 최근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일자리 고용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의 경제 지표를 근거로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했던 6월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엔 등 6개 기축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비교하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5.6로 집계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절하 압박도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를 넘어선 상황이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돌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 가치 하락을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 언급한 점도 원화 가치 하락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달러가 강세인 부분이 있다”며 “환율 변화로 인해 경제위기가 올 상황이 아니다”라고 장기적 위협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채의 이러한 발언이 원화값 상승을 기대한 달러 매도(숏 포지션) 물량들을 매수 움직임으로 돌려놓았다는 분석이다.
원화가치 하락과 환율상승이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인상이 가팔라질 수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6% 상승했다. 2022년은 5.1%, 2021년은 2.5%로 나타난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6~2018년은 정부의 인위적 물가 압박으로 인해 연속 1%대를, 2019년에는 0.4%까지 낮아졌다.
수출 기업들도 원화 가치 하락이 달갑지 않은 실정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증대로 기업 이익이 늘어난다는 전통적 공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출 대기업들은 원화 가치 하락에 수입 비용이 올라가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진다. 수출 제품의 가격 하락과 가격경쟁력 개선보다 수입 중간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