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친화시대 ㊦] 세계는 지금, 기업가치 체질 개선 중
日기업 의식 개혁 성공…지수 최고점 돌파 성공사례 독일·홍콩·대만도 주주 소통 강화해 성장 목표 공유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2년부터 시작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의 종착지다.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할인 요인을 해소해 투자 환경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다. 이에 본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현 상황과 보완해야 할 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전 세계는 지금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 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정부 정책들이 무용지물로 돌아가고 있다. 이에 주요 국가는 금융시장 발전을 통해 자산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다.
◆잃어버린 30년 극복한 日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의 의식 개혁을 목표로 뒀다. 그동안 일본은 ‘주가는 시장이 결정한다’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기업가치의 개선을 통한 시장 평가를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프라임과 스탠다드 시장에 상장한 약 3300개사 중 PBR 개선책을 제시한 기업 리스트를 매월 공표하며 기업과 투자자 간 목표 의식을 공유토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프라임 시장 상장기업의 약 40%에 해당하는 660사가 PBR의 개선 혹은 자본수익성을 의식한 경영 개혁책을 제시했고 스탠다드 시장에서는 약 12%인 191사의 기업이 개혁책을 내놓았다.
시장과 소통하니 주식시장에 자금이 모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1월 일본 주식을 2조엔 이상 매입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34년 만에 전고점을 갱신하며 4만 대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일본 기업이 매력적으로 변화된 이유는 ROE 목표치를 공시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기대수익은 일반적으로 8% 수준이다. ROE가 8%를 넘으면 PBR은 1배를 상회하기 쉽다는 계산이다.
이에 PBR 1배를 밑돌던 회사는 최초 5%를 제시했지만 현재는 8%, 10% 상향 조정하며 주주 만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의 개시와 실행도 투자자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과거 일본 기업은 성장 투자에 나서는 것보다 고액의 현금을 보유하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자본효율성을 압박받으면서 자사주 매입, 배당 증액을 통해 ROE 향상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기업의 자사주 매입 총액은 약 8조3000억엔 규모로 증가했으며 배당금도 15조6000억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주식시장은 개혁 중…기업가치 제고 열공
주식시장 개혁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독일은 2022년부터 상장기업 질적 수익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다.
개혁 배경은 독일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DAX30에 편입된 와이어카드가 해외 예치자산 부정 계상 이유로 파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프랑크푸르트 거래소는 DAX 개혁을 통해 독일 상장기업의 질적 수익을 높이고 지배구조 개선 권고를 목표로 상장 유지 조건 및 DAX40 지수 등을 도입했다.
프랑크푸르트 거래소는 DAX에 진입하려면 2년간 결산을 통해 연속 흑자를 증명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재무현황 보고에 대한 의무도 강화해 DAX 지수에 편입된 회사는 연결 재무제표를 포함한 공시자료 공개를 분기마다 수행해야 한다. 30일 동안의 제출 유예 기간을 넘긴 경우 자동으로 지수에서 퇴출당한다.
이 밖에도 독일어 및 영어 재무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해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유도했다.
홍콩 역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시장 유동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자사주 매입 촉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거래소 규정 개정을 통해 상장기업이 자사주 매입 시 해당 주식 상장을 자동으로 취소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상장기업이 해당 주식을 자사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단, 자사주 재매각 시 30일 유예 기간을 두며 미공개 내부정보와 관련된 매각은 재매각을 금지했다.
대만 금융당국은 2023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 발전 실현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이사회 역할과 책임 강화, 영어 공시 의무화, 이해관계자와 소통 강화, 기업지배구조 100 인텍스 출시 및 기관투자자 투자 장려 등이다.
이는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주주와 소통을 강화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겠단 의도다. 이에 자본금 20억 대만달러 이상 상장기업 또는 외국인 지분 30% 이상 기업은 주총 30일 전까지 안건 핸드북 및 보완자료를 공개하며 14일 전까지 연차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이들 나라의 개혁 공통점은 시장과 소통에 중점을 뒀다. 기업과 투자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자금이 모일 수 있도록 정책 변화를 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상장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문은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을 믿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