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위험상품 피해 심각…"단기성과 치우친 KPI 개선해야"

금융소비자보호·판매절차 재점검 필요 '은행판 중대재해처벌법' 도입도 주장

2024-04-24     김다혜 기자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3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금융노동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4년 전 벌어진 DLF사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이어 최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반복되면서 대형금융사고로 이어지는 고위험상품 판매와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옹서비스노동조합이 주최한 '2024년 제1회 금융노동포럼'에서 '은행의 고위험상품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최원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재발하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련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업계를 비롯한 정부와 금융당국이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또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부추기는 성과 지향적 금융산업의 분위기와 사고 책임을 금융노동자들에게 돌리는 문화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이익중심의 금융사 경영문화와 불완전판매의 기준에 대한 이해 없이 운영되고 있는 판매시스템이 고위험상품 판매와 관련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성 교수는 "은행원 개인의 일탈이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금융상품 판매 시스템과 제도의 기획 단계에서 불완전 판매 요소가 있는 것이 문제"라며 "대형 금융회사임에도 금소법과 관련한 낮은 이해도와 실천이 원인이기 때문에 시행된 지 4년 차에 접어든 금융 소비자 보호법이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발언을 이어간 최원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은 은행의 비이자수익 과당경쟁과 금융노동자를 압박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 부위원장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냐고 물었을 때 1번으로 금융감독 당국을 말한다"며 "은행의 비이자이익과 관련한 정부의 압박이 들어오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이 처한 영업환경과 역량으로 집중할 수 있는 비이자이익은 사실상 판매 수수료밖에 없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이어 "과거 은행원으로서 직접 KPI를 겪은 결과 정기예금 몇억 원씩 유치한 직원보다 ELS 1건 판매한 직원이 우대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은행원들 역시 가족 이름으로 ELS상품을 가입시킬 정도로 실적이 우선이 된 상황에서 원금 손실이 가능한 위험상품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KPI의 평가 기준을 기존 건수·가입금액에서 고객수익률을 중심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비이자수익 창출 모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판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닌 장기적인 비이자수익 창출하는 방안과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은행판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홍콩 ELS 배상기준에 대해 은행과 소비자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험상품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스스로 판매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손방망이 처벌 대신 미국과 같이 회사 문을 닫게 할 수 있는 강력한 징계 규제를 만들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망하지 않으려는 경영진의 노력이 뒤따를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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