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난 이재명 "민생지원금·채상병 특검 수용해 달라"…의료개혁 협력 약속

"국회 존중해야…야당,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 달라"

2024-04-29     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취임 후 첫 영수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양자 회담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이다. 회담은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 대통령실 회담을 제안하고, 이 대표가 "빠른 시일 내 만나자"고 화답한 뒤 열흘 만에 성사됐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 대표와 차담 형식으로 만나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편하게 여러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대통령실까지) 20분 정도 걸렸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700일이 넘게 걸렸다"며 "이번 만남이 우리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정말로 대통령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기를 바란다"며 "개인적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성공, 정부의 성공이 국가와 국민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치의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의 뜻을 잘 따르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제가 제1야당 대표로서 이 나라의 국정을 총책임하는 최고 국정 책임자이신 대통령님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 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자리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수용, 의료·연금개혁 협력, 거부권 행사 자제 및 특검 수용, 가족 등 주변인사 의혹 정리 등을 요청했다. 

특히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 회복 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등도 요청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도 말씀하셨던 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이라든지 다른 화급한 민생 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라며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그러나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 두 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때문에 의료 현장이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며 "다행히 정부도 이미 증원 규모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연금 개혁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연금 개혁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인데,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며 "대통령님께서 과감하게 연금 개혁을 약속하시고 추진한 점에 대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최근에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 마련됐다. 대통령님께서 정부·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자제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사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며 "특히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서 우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또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들은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을 해 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리는 바"라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의 수용과 가족 의혹 정리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라며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정치를 하시겠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을 제가 언론에서 봤고, 또 저를 이 자리에 이렇게 불러 주신 것이 그 출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노력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8분여 간 이어진 이 대표의 발언을 들은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평소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날 영수회담에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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