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성장 전망 '청신호' 켜졌지만…이른 '내수 확신' 경계해야

수출 호조 속 성장률 '2%대 중반'까지 올라…1분기 통계 '괴리' 우려

2024-05-04     허운연 기자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에 대한 우호적인 분석이 늘고 있다. 연초 2%대 초반에 그쳤던 성장률 전망치가 현재는 2%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이는 우리나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시장 예상(0.6%)을 크게 웃도는 1.3%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도 이번 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2.1%로 예상했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이른 축포라는 경계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올해 1분기 경제에 대해 내수와 수출이 '균형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민간소비가 0.8%, 수출은 0.9% 각각 늘면서 '깜짝 성장'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분기 성장률 속보치 발표 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우리나라 성장 전망을 대폭 상향했다. 바클레이즈는 1.9%에서 2.7%로, 골드만삭스는 2.2%에서 2.5%로, BNP파리바는 1.9%에서 2.5%로, JP모건 체이스는 2.3%에서 2.8%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2일에는 0.4%포인트를 올린 2.6%로 제시했다. 

이는 외부에서 보는 우리나라에 대한 성장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성장의 한 축인 '수출'은 올해 굳건한 모습이다. 우선 1분기(1~3월) 수출 실적은 163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하며 좋은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2분기 출발도 '우상향'…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3개 증가

2분기의 시작인 4월에도 수출 증가세는 계속됐다. 4월 수출은 562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3.8% 늘었다. 4월 기준 역대 2위 기록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24억5000만달러로 11.3% 증가했다.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강건한 수출 상승 모멘텀을 유지했다.

4월에는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3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대다수 품목이 호조세를 보이며 올해 최다 품목 수출 플러스를 달성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IT품목은 2개월 연속 모든 품목 플러스를 기록했다.

올해도 수출 첨병은 반도체다. 우리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실적은 역대 4월 중 두 번째로 높은 99억6000만달러로 56.1%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반도체의 올해 전년동월 대비 월간 수출 증가율은 35.7~66.7%에 달한다.

이외에도 4월에는 자동차 수출이 기존 역대 최대 실적인 2023년 11월 65억3000만달러를 넘어선 67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이어갔다. 일반기계 수출은 1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4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인 46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선박 수출은 9개월 연속 플러스, 바이오헬스 수출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역별 수출 흐름도 양호했다. 대미국 수출은 사상 최대 수출액인 114억달러를 기록하면서 9개월 연속 증가흐름을 이어갔고, 대중국 수출은 105억달러로 2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상회했다.

2분기에도 수출 호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2분기 수출 실적을 1년 전보다 8~9% 증가한 1700억달러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출단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수출실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반도체 이외 품목의 반등으로, 반도체 수출액은 전월보다 감소했으나 반도체 이외 수출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주요품목 수출의 동반 회복은 반도체만 앞서나가는 것보다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출처=픽사베이)

◆내수 등 불확실성 아직 크다…정부 지출 여력도 줄어들 것

다만 성장률 기대감에 대한 경계심도 나온다. 내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경제성장률 1.3% 발표 후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으나, 1분기 GDP가 정부에서 말하는 대로 교과서적인 성장 경로로의 복귀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제조업(광공업)과 민간소비(소매판매) 측면에서 경제지표와 GDP 발표상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광공업생산은 전분기 대비 0.4%, 소매판매는 0.2% 각각 감소했다. 이에 일부 IB는 "1분기 제조업 생산 실적과 실질 GDP 속보치 결과가 나타내는 바가 다소 상이하다"며 1분기 GDP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향후 성장세가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분기 기준으로 현재 의혹없이 순수한 민간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은 수출입이 유일할 것"이라며 "GDP 계산상 해외에서 사용하는 자국인의 소비가 포함되는데, 최근 국내소비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자국인의 국외소비는 10%대의 성장세를 지속했다. 국외소비는 한국이 아닌 국외기업 이익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소비 확대에 따른 민간경제 선순환에 포함되지 않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 지출 계획의 38%가 사용된 정부소비가 0.7% 증가에 그쳤다는 것은 정부소비가 민간 특정 부분의 성장에 유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 지출 여력은 감소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민간 성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구심이 남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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