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부동산PF 우려에 신용등급 줄하향…증권가 '울상'
나신평, 다올·하나 신용 전망 '부정적' 충당금 적립 영향…지주 계열도 안심 못 해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 국내 증권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해 한국기업평가도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신용등급 전망이란 국내·외적인 경제나 산업환경 등 여러 가지 변수들로 인해 신용등급이 어떻게 조정될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신평사의 등급 전망은 크게 ▲긍정적(상향 가능성) ▲안정적(유지 가능성) ▲부정적(하향 가능성) 3가지로 나뉜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620억원, 순손실114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이어왔지만, 지난해 업계를 덮친 부동산PF 부실 여파로 수익이 크게 줄었다.
나신평은 다올투자증권의 신용평가 전망을 낮춘 이유에 대해 "과거 대비 높은 금리와 부동산PF 규제환경 강화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금융 부문의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다올투자증권의 수익창출력도 저하된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나신평은 금융지주계열 증권사인 하나증권의 장기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나신평이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린 이유 역시 실적이다. 2022년 155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하나증권은 지난해 318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국내·외 대체투자 관련 손상 인식으로 인한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특히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온 투자은행(IB) 부문의 이익창출력 불확실성이 커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하나증권의 IB 수수료 점유율은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20년만 하더라도 하나증권의 IB 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5%대로 반토막 났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S&P는 "국내·외 부동산 시장 둔화로 인해 증권산업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대체투자 리스크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정적 등급 전망은 향후 1∼2년 동안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하반기 증권사들의 신용도 강등이 연이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금융당국의 노력과는 달리 부동산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갈수록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고, 충당금 인식으로 수익이 감소해 다수의 증권사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 조정 요인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공 연구원은 "하나증권의 경우 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를 대주주로 둔 은행계 증권사임에도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며 "지주를 둔 증권사들도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이 인정되더라도 실질적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등급의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