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UAE CEPA 체결…대통령실 "美·EU·日·中 대비 수출 여건 개선"
무기·의료기기 관세 즉시, 자동차 등 10년내 철폐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UAE와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 수출 경쟁국보다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이 대폭 개선 될 전망이다. 상품 시장에서는 무기류, 의료기기 등의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에 대한 관세는 최장 10년 내 철폐된다. 서비스 시장에서는 게임, 의료시스템 등 분야가 개방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정식 서명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수석에 따르면 한-UAE CEP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4번째 자유무역협정이자 아랍권 국가와는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다. CEPA는 큰 틀에서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하지만 협정 무역과 투자 자유화 등에 관한 협의를 포함한다.
지난해 1월에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UAE CEPA가 본격 추진돼 지난해 10월에 협상이 시작됐고 이날 정식 서명됐다.
UAE는 중동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교역 규모는 208억달러였다. 한국은 주로 자동차, 그리고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등을 수출하고 UAE에서는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입한다. 작년 한 해 UAE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1억1000만 배럴이며, 이는 지난해 수입 원유 전체의 11%에 해당한다.
이번 한-UAE CEPA 체결로 양국은 품목 수 기준으로 90% 이상의 상품시장이 개방된다.
수출의 경우 한국의 대(對) 중동 주력 수출품인 무기류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박 수석은 "앞으로 중동 방산 수요에 따른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금속 주조기, 압연기 등 기계류 상당 수는 5년 내 관세가 철폐되며 자동차 및 부품, 가전제품 등도 최장 10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특히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해서도 관세가 10년 내 철폐가 된다. 전기차 가운데 10인 이상의 대형차, 화물차는 관세가 즉시 철폐 된다. 박 수석은 "중동의 건설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출유망품목인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 등도 관세가 바로 철폐된다. 인삼류, 조미김, 멸치, 전복 등 한국의 주요 농수산물도 관세 철폐의 혜택을 받게 된다.
박 수석은 "UAE와 아직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이나 EU,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이 대폭 개선되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수입의 경우 기존 3%인 원유 수입 관세가 앞으로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박 수석은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석유화학 산업의 가격 경쟁력도 제고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했다.
서비스 시장도 UAE가 지금까지 체결한 최고 수준으로 개방된다. 박 수석은 "UAE가 기 체결한 6건의 자유무역협정과 비교할 때 최고 수준으로 개방이 됐다"며 "특히 UAE가 다른 나라에 개방하지 않았던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최초로 개방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온라인 게임 수요가 큰 UAE 시장에 국내 게임업체들이 직접 진출해서 현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의료시장이 개방돼 국내 병·의원급 의료기관의 UAE 현지 개원하고 원격 진료가 가능해 졌다. 한국형 의료시스템 수출과 함께 국산 의료장비나 의약품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은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있는 산후조리나 물리치료, 이런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국내 업체가 현지에서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진출 활성화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고 했다.
아울러 이날 정상회담에서 UAE 측은 한국기업과 같이 의약품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또 아프리카 등 제3국에서 공동으로 의약품 생산공장을 건설하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상품, 서비스 시장뿐 아니라 조달시장도 개방된다.
박 수석은 "UAE는 'WTO 정부조달 협정'에 가입하고 있지 않아서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현지 조달시장 참여가 어려웠다"며 "이번에 한-UAE CEPA 체결을 통해 UAE 중앙정부기관과의 조달시장이 개방된다. 앞으로 조달절차가 투명해지고, 공정성이 올라가면서 우리 기업들의 UAE 조달 시장 참여 확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UAE 300억불 투자협력'도 실행되고 있다. 박 수석은 "UAE 국부펀드 측에 40건 이상의 유망기업 투자 제안을 전달했고, 70건 이상의 기업 면담을 주선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전개해 왔다"며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작년 5월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기회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투자기회 규모가 6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되었고, 상당한 규모의 실제 투자도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양국은 향후 투자 이행을 더욱 촉진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무바달라 간에 '투자협력 체계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박 수석은 "이번 양해각서를 통해 산업은행과 무바달라 뿐만 아니라 양국에 투자를 희망하는 다수 기관으로 협력 채널이 확대된다"며 "UAE에서는 다수의 국부펀드, 아부다비 투자청 등 국부펀드와 공기업이 참여하고 우리 측에서도 산업은행 외 공공분야의 여러 금융·투자 기관이 참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양국 간 깊어진 신뢰 관계와 이해의 기반 위에 이번 MOU를 계기로 더 많은 UAE 기관들의 한국의 미래기술, 신산업, 유망 중소기업 등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