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결사반대 나선 아시아나항공 노조…"EU에 불승인 촉구"

원유석 대표 고발·화물기 조종사 집단사직 추진 대한항공 "아시아나 독자생존·제3자 매각 불가능"

2024-07-11     정민서 기자
한예택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에서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날 양 노조는 산업은행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분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에어인천이 선정된 것과 관련해 "추후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EC에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조종사들이 에어인천으로 강제 승계된다면 단체로 사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양사 합병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최도성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직원들의 고용 및 처우를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경영진과 접견을 시도했으나 그 어떠한 답을 주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이라는 소규모 화물 항공사를 선정했다"며 "이는 향후 대한항공과 경쟁이 될 수 있는 항공사를 선택해 EC의 인수합병 승인 조건을 형식적으로 이행한 뒤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을 깔아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대형 화물기 11대(747-400 10대·767-300 1대) 중 747기종의 평균 기령은 21.6년으로 새로운 대체 항공기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 규모가 작은 에어인천이 화물 사업 영위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에어인천 화물기. (사진=정민서 기자)

최 위원장은 "B747·B767 기종 조종사들은 지난 1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며칠 전부터 다른 기종 조종사도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조종사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으로 분리매각 하는 것에 대한 결사반대 서신을 EC로 발송했다"며 "EC가 반대 사유를 깊이 있게 검토해 인수합병을 불승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은 양사 합병이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해치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 및 화물사업 매각 등으로 합병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던 '메가 캐리어' 달성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슬롯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한 곳을 배분받기 위해 수년의 노력이 필요하다. 1+1이 2가 돼야 본전인데도 1+1이 도로 1이 된 것"이라며 "대한항공 재벌과 사모펀드 이익을 위해 국민 안전·편의와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산은·공정위가 거래한 행위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 하거나 제3자 기업에 다시 매각돼 2개의 FSC(대형항공사)가 경쟁하는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조는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로부터 구매한 A350 기체 33대 중 2대는 아시아나항공에 먼저 도입돼야 했으나,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연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포기해 가며 대한항공에 우선권을 넘겨줬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향후 고발장 제출을 비롯해 국민 청원, 유럽연합(EU) 면담 요청 등 합병 저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대한항공 화물기가 이동 중인 모습. (사진=정민서 기자)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조 측이 주장하는 '제 3자 매각'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은 ▲차입금 증가 ▲이자 비용 상승 ▲2000%가 넘는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의 지속 악화로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미 3조6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혈세 투입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또 "세계 항공 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일방적 운임 인상 및 독점이 불가능하며 경쟁당국의 관리하에 시장 경쟁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정조치에 따른 슬롯 이관의 대부분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을 대상으로 이뤄져 국부 유출 우려는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자로 에어인천이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에어인천으로 이전할 직원들을 위해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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