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가수 김민기 별세…'학전' 33년간 운영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가수겸 공연기획자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으로 꼽히는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1951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난 김민기는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다니던 1970년 '아침이슬', '가을편지', '꽃 피우는 아이' 등으로 데뷔했다. 솔로 1집을 발표한 이후엔 싱어송라이터로도 두각을 보였다. 당시 고인은 양희은과 포크 동아리 '청개구리'에서 만나 공동 작업을 했다.
1972년엔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꽃 피우는 아이'를 가르치다 경찰에 연행됐고 이 곡은 금지곡이 됐다. 1975년 초엔 유신 반대 운동에서 김민기의 노래들이 불려 보안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때 '아침 이슬'은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솔로 1집도 판매 금지 조치를 받았다.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대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며 '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고인은 1970년대 공연계에 입문했다. 1973년 초엔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의 극음악을 작곡해 무대에 올랐다. 1978년엔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시작으로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1991년 3월 15일 고인은 종로구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개관했다. 당시 그는 독일 극작가 폴커 루트비히가 각본을 쓰고 비르거 하이만이 작곡한 록 뮤지컬인 '지하철 1호선'의 한국어 번안과 연출을 맡아 학전에서 올렸다. 2007년에 독일문화원에서 수여하는 괴테 메달을 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윤이상과 백남준 이래 세 번째 수상자다.
학전은 한국 대중문화계를 이끄는 수많은 스타들을 발굴하고 육성한 인큐베이터였다.
라이브 공연으로 팬들과 만난 고 김광석은 학전이 배출한 최고의 음악인이다.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 음악가들이 학전 출신으로 성장했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도 배출됐다. 김민기가 운영하던 소극장 '학전'은 재정난과 그의 건강 악화로 개관 33년 만인 지난 3월 15일 폐관했다.
소극장 학전은 김 대표의 평생 일터였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학전을 운영하려 했는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며 학전의 문을 닫기로 결정한 뒤 아쉬운 마음을 드러낸바 있다. .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