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勞使 임단협 결국 불발…내달 중노위 결정

임금 인상률 격차 좁혔지만 단체협상서 평행선 주 4.5일제, 영업시간 단축…사측 수용 불가 고수

2024-07-31     차진형 기자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이 제4차 산별중앙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노조)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노조 위원장 보궐선거로 뒤늦게 진행된 은행권 임금단체협상이 결국 교섭 결렬됐다.

금융노조와 사용자 측 모두 처음 제시한 임금 인상률보다 조정에 나섰지만. 단체협상에서 이견을 보이며 서로 등을 돌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금융산업노동자협의회는 제4차 산별중앙교섭 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정안은 내달 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조정안이 나와도 은행 노사가 합의할지는 의문이다. 일단 각자가 제시한 인상률보다는 조정안을 내밀며 합의점을 찾는 듯했다.

금융노조는 8.5% 인상에서 5.1%로 낮췄고, 사용자 측도 1.5%에서 1.9%로 올려 한 발씩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사용자 측이 교섭 중 임금 인상률을 상향 조정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사용자 측은 초기 협상안을 고수하다 마지막에 가서야 인상하는 교섭 방식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은 물론 다른 금융권 임단협 타결 소식이 들리면서 교섭 방식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생명, 삼성증권은 노조와 임금 인상률로 4.9%로 합의했다. 현대카드도 7% 임금인상에 합의하면서 금융권 내 임금협상이 어느 때보다 잡음 없이 빠르게 타결되고 있다.

은행권 경영진 역시 매년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급여 인상에 호의적인 상황도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결국 교섭 결렬의 원인은 단체협상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올해도 주 4.5일제 도입과 영업시간 단축 등을 안건에 넣었다. 하지만 사측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주 4.5일은 지난 총선 당시 야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은 월 1회 주 4일제를 도입하며 시범 운영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금융권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자칫 은행이 먼저 4.5일제를 시행할 경우 중소·영세기업이 제때 금융업무를 볼 수 없어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영업시간 단축의 경우 합의가 가능해 보인다. 이미 코로나19로 1년 이상 시중은행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영업시간을 단축한 경험이 있다.

다만, 당시 일부 고객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지점의 경우 업무시간 전 준비시간으로 1시간 먼저 출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은행에서 시간외근무로 인정하지 않는 만큼 다른 직장인에 비해 업무시간이 길다는 불만이 있다"며 "최근 고객들은 은행 방문보다 인터넷, 모바일뱅킹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 영업시간 변경에 따른 불편함은 이전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단축에 대해 일과 가정 양립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노 관계자는 "30분 늦게 출근하는 게 목적이 아닌 어린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역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단체협약 안건 중 배우자 출산휴가, 난임휴가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이다. 영업시간 단축의 경우 영업력 저하 문제로 반대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노조는 중노위 조정안에도 사측이 태도를 유지하면 9월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쟁의행위 투표를 거쳐 총파업까지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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