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물가 2.6%↑…넉 달째 '2%대' 안정 흐름
기상악화·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소폭 반등' 기재차관 "8월부터 2% 초중반대 둔화흐름 재개"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안정 흐름을 이어갔다. 집중호우 등 기상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석유류 가격도 오르면서 상승폭은 소폭 확대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4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2020년=100)로 1년 전에 비해 2.6% 상승했다. 전월보다는 0.3% 올랐다.
올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2.8%)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진 뒤 2월(3.1%)과 3월(3.1%)에는 3%대로 반등했다. 이후 4월(2.9%)부터 2%대로 하락해 5월(2.7%), 6월(2.4%)까지 지속 둔화됐으나 7월에는 소폭 상승했다.
이에 1~7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2.8%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수준에 대해 "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중이다.
◆사과·배값 '고공행진'…8월 가격 안정 전망
7월 물가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1년 전보다 2.9%, 서비스는 2.3% 각각 상승했다.
우선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5.5%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농산물(9.0%)과 축산물(2.2%), 수산물(0.9%)이 모두 올랐다. 농산물 중 채소류는 1.6% 내렸다.
사과, 배 등 일부 과일값은 강세를 이어갔다.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신선식품지수 중 신선과실은 1년 전에 비해 21.3% 올랐다. 전월(31.3%)보다는 다소 둔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축수산물 주요 등락품목을 살펴보면 전년동월 대비 사과(39.6%), 배(154.6%), 돼지고기(5.9%), 쌀(5.0%), 수입쇠고기(6.4%), 김(29.6%), 배추(13.4%) 등은 올랐고, 상추(-19.9%), 참외(-17.7%), 국산쇠고기(-1.7%), 고등어(-5.7%), 닭고기(-7.1%), 바나나(-12.8%), 게(-10.0%) 등은 내렸다.
사과·배 수급상황에 대해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사과는 7월부터 햇사과가 출하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고, 향후 출하가 늘어나면 가격은 더욱 안정될 전망"이라며 "현재 전년 생산 물량이 유통되고 있는 배는 재고량 감소로 가격이 높은 상황이지만 햇배 출하가 시작되는 8월 이후에는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정부는 채소류 수급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로 확보한 무·배추 가용물량 2만8000톤(무 5000톤, 배추 2만3000톤)을 방출하고 있다. 배추는 지난달 3일부터 일 최대 200톤을 방출하고 있으며,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8월 중하순에는 방출 물량을 25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배추가격 안정을 위해 7월 말부터 대형마트에 직공급도 추진 중이다.
◆석유값 상승폭 확대…휴가철 맞아 개인서비스도 '쑥'
7월 중 공업제품 물가의 경우 석유류(8.4%)와 가공식품(2.0%)이 모두 올라 2.6% 상승했다. 석유류는 휘발유(7.9%), 경유(10.5%) 등을 중심으로 올랐다. 석유류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작년 가격하락 기저효과 등으로 전월(4.3%)보다 다소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외 전기·가스·수도는 지역난방비(9.7%), 상수도료(3.8%), 도시가스(0.5%) 위주로 1.0% 상승했다.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집세(0.4%)와 공공서비스(1.9%), 개인서비스(2.9%)가 모두 상승하면서 1년 전에 비해 2.3% 올랐다.
특히 개인서비스는 외식(2.9%)과 외식제외(3.0%)가 전부 올랐다. 휴가철을 맞아 관광·숙박 등 외식제외가 상승하면서 전월(2.7%)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품목별로 보면 보험서비스료(15.1%), 공동주택관리비(4.3%), 구내식당식사비(3.8%), 치킨(5.2%) 등은 오르고 가전제품렌탈비(-6.9%), 자동차보험료(-2.7%), 학교보충교육비(-3.5%), 건강기기렌탈비(-3.0%) 등은 내렸다.
집세의 경우 월세(0.9%)가 오르고 전세(-0.1%)가 내렸다. 공공서비스는 유치원납입금(-5.7%), 보육시설이용료(-3.0%) 등은 하락했고 시내버스료(11.7%), 외래진료비(2.0%) 등은 상승했다.
◆정부 "물가 안정 총력…향후 2%초중반대 둔화"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한 달 만에 3%대로 반등했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16.36으로 전년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2.6%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112.67로 2.1% 상승했다. 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11.27로 2.2% 올랐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해 "7월 소비자물가가 집중호우, 국제유가 영향 등으로 2.6% 상승했으나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근원물가도 2.2% 상승하면서 안정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상악화 등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고 추가 충격이 없다면 8월부터는 2% 초중반대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동 불안 재확산, 기상이변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물가안정 흐름 안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동정세 관련 국제유가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적기 대응하고,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밀·원당 등 국제식품원료 가격 하락을 반영해 일부 업계에서 설탕 등 제품가격을 인하했다. 낙농-유업계는 원유가격을 동결하고, 가공유 가격은 인하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식품업계 원가절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지속하면서 원가 하락 등이 제품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