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5조 성남시, 단수금고 고집하더니…농협은행만 단독 신청
경쟁입찰 성립 못 돼 12일까지 재공고…성남시 공공예금이자수입 하위권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성남시금고 입찰 경쟁이 차갑게 식었다.
성남시는 예산 규모만 5조원으로, 시중은행은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두고 입찰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금고 운영기관을 1곳만 두는 단수금고 방식을 고집하면서 참여를 희망했던 시중은행이 신청을 포기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는 4년 동안 시 재정을 관리할 금융기관을 모집하기 위해 금고지정 신청 재공고를 냈다.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 동안 신청서 접수를 받았지만 농협은행만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못한 탓이다.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으면 재공고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성남시는 오는 12일까지 재공고를 알리고 오는 13일 신청서를 접수한다.
재공고에도 농협은행만 참여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체결돼 농협은행이 2025년부터 4년 동안 성남시 금고지기가 된다.
일각에서는 성남시가 단수금고를 고집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시중은행이 쉽게 도전하기 어렵단 것이다.
시중은행 사이에선 어차피 농협은행이 금고지기를 따갈 것이란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본 접수 전부터 농협은행에 유리한 평가가 진행될 것이란 분위기가 잡힌 셈이다.
성남시는 1971년부터 농협은행에게 금고지기를 맡겨 왔다. 사실상 반세기 넘게 농협은행이 성남시 예산을 전담하고 있다. 지자체와 은행 간 끈끈한 관계로 인해 시중은행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단 얘기다.
하지만 농협은행에 장기간 곳간을 맡겨도 시에 돌아갈 이자수익은 크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조사한 2022년 지자체 금고 공공예금이자수입 현황에 따르면 성남시는 하위 10개 그룹에 포함돼 있다. 성남시의 이자율은 0.42%로, 경기 여주시보다 0.02% 낮다.
여주시의 올해 예산 규모가 1조5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예산이 4배나 더 많은 성남시가 더 적은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여주시도 금고 만료로 올해 새롭게 금고은행을 선정한 결과 농협은행이 또 선정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입찰 경쟁이 형성돼야 지자체도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단수금고만 고집하면 시중은행의 무관심만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