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금통위 개최…금리 인하 목소리 솔솔
13연속 동결 가능성↑…"연준 인하 확인 필요" 윤상현 "통화정책 선회해 금리 낮춰야…실기 안 돼"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은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논의한다.
한은 기준금리는 작년 1월 연 3.25%에서 3.50%로 인상된 뒤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2번의 연속된 회의에서 모두 동결됐다. 역대 최장기간 동결인데, 최근 인하가 가시화되고 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은 8월과 10월 이후로 나뉜다.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서 금융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고, 동결을 이어가면 내수 부진이 우려되는 만큼 한은의 선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13연속 동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 8일 주택 공급 추가 대책을 내놓는 등 집값 잡기에 여념이 없고,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는 만큼 정책 행보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여건을 살펴보면 우선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는 최근 안정 흐름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넉 달째 2%대를 기록 중이다. 연간으로는 2.4% 내외의 상승률이 예상된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7월 중 2.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2%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3월 2.9% 이후 처음이다.
◆연준 9월 인하 100%…0.50%p '빅 컷' 가능성 제기
통화정책 결정의 또 다른 축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도 인하가 확정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16일 기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인하 확률은 100%에 달한다. 인하폭을 두고만 의견이 나뉜다. 70.5%는 보편적인 0.25%포인트 인하를, 29.5%는 '빅 컷'인 0.50%포인트 인하를 전망 중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한 단계 더 둔화했다. 9월 인하는 확정으로, 관건은 인하 폭"이라며 "이를 결정하는 것은 고용을 포함한 경기 상황인데, 8월 고용 데이터가 양호하게 나온다면 빅 컷 없이 연내 3회, 총 0.75%포인트 인하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연준의 인하가 확실시되고 물가도 안정적인 만큼 한은의 선제적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서울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들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에 우려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을 촉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은 금리 낮추려면…"연준 인하 확인해야"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준의 인하를 확인한 뒤 10월 이후에 내릴 것이라는 의견과 8월에 먼저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상반된 예상이 나온다. 아직은 동결 의견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나, 인하 가능성도 마냥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한은이 연준에 앞서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한 경우도 있다. 한은은 2021년 8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0.5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0.75%로 올렸다. 연준은 2022년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다만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고, 당시 동결 결정이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던 만큼 한 달 사이 통화정책 기조가 인하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물가 둔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연준의 9월 피봇(정책 전환) 가능성 강화 등으로 인해 한은이 8월에 선제적으로 인하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지난 7월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하면 한은이 당장 금리 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한 이후에 인하를 단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물가가 기저효과로 10월까지 둔화세를 보일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금융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졌다"며 "부동산가격이 반등하면서 가계부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도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지 않는 만큼 한은의 8월 인하는 다소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한은 8월에 금리 내려야" 주장 잇따라
한은의 8월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기적 내수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장기화가 손꼽히고 있는 만큼 이제는 통화정책의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가 인하되면 내수회복에 도움이 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에게 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에는 "연준은 인하를 7월에 했어야 하는데 적기를 놓치는 정책상 실수를 저질렀다"며 "8월 금통위에서 선제적으로 0.25%포인트 인하하고, 미국의 9월 빅 컷 이후 10월 초에 연이어 0.25%포인트를 내려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규철 경제전망실장도 지난 8일 "한은 입장은 주로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고금리를 장기화하는 것인데, 물가와 경기를 고려하면 지금보다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월에 이미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언제 조정하더라도 지금 국내 경기상황과 어긋나지는 않는다"며 "8월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선제적 금리 인하 부담이 7월보다 낮아졌다"며 "8월 0.25%포인트 인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예상과 달리 동결을 하더라도 금리 인하 소수의견은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