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증권업계, 밸류업 적극적 역할 중요…종투사 제도 개선해야"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증권사 대표(CEO)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한 증권업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밸류업은 자본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증권업계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위원장과 증권사 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김주현 전 위원장 재직 시절인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10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IBK투자증권·제이피모간·맥쿼리증권) CEO 등이 참여했다.
먼저 김 위원장은 그동안 증권업계에 만연했던 단기수익 치중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레고랜드 사태에서 보여주었던 단기 수익에 치중한 특정 부분으로의 쏠림현상은 증권업계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금융 시스템 리스크 확산 우려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며 "우리 자본시장의 역동적인 경제 성장과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회사로써 증권사의 역할과 행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가 자금 중개자이자 기관투자자로서 밸류업 기업의 자금 흐름을 이끌어 나가고 기업 가치를 세심하게 분석·평가해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증권사 본연의 업무인 기업금융(IB)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증권사는 혁신기업을 발굴해 성장시키고, 성숙한 기업에는 자금과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금융 제공이 핵심적 역할"이라며 "그간 종투사, 초대형 IB 등 증권사 기업금융 지원을 위한 여러 제도가 마련됐고, 그 결과 외형은 상당 부분 성장했다"면서도 "혁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미미하고, 부동산 금융에 편중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도입 이후 10년이 지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0년 전 도입된 종투사 제도 등을 통해 외형을 키운 증권사가 막상 모험자본 공급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단기 고수익 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정부는 종투사 제도의 공과를 평가하고, 향후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을 업계와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엄정한 대응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는 불법·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하에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등 제도개선 방안의 이행 준비와 기관 내부의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장치 재점검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업계 CEO들은 "기업 밸류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IB 사업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사업을 다각화해 시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PF 등 리스크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는 등 재무 안정성 유지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취임 뒤 '금융권역별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은행 ▲여신 ▲보험업계 수장들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다음 주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에 이어 지주사를 끝으로 간담회 일정을 마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