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인건비 '삼중고'…항공업계, 역대급 매출에도 '적자 행진'

최대 분기 매출에도 영업익 적자 전환·감소세…"고정비 상승 영향"

2024-09-03     정민서 기자
대한항공 B787-10. (사진제공=대한항공)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에 매출이 늘었지만, 정작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치면서 고심하고 있다. 고환율·고유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건비까지 오르며 고정비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14% 증가한 매출 4조237억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 감소한 4134억원에 머물렀다.

2분기 여객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증가한 2조4446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을 포함한 전 노선의 공급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 수익도 함께 증가했다. 또한 미주·유럽 노선의 상용·개인 관광 수요 강세가 실적을 견인했다.

화물 사업 매출은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량 유치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조972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산업 업황 개선으로 안정적인 항공화물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3분기 여객 사업은 하계 성수기 수요 집중 기간에 증편 및 부정기 확대 운영 등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예정"이며 "화물 사업은 전자상거래 수요를 전세기 편성 등으로 적극 유치하고 유연한 노선 편성으로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이동 중인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정민서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7355억원, 영업손실 312억원을 기록했다.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춘 여객 노선 공급 확대로 매출은 전년보다 10.6% 증가하며 역대 2분기 중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가·환율 상승 및 운항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 ▲일시적 인건비 지급 증가 ▲사업량 증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정비·운항 비용 증가 등으로 분석했다.

특히 유류비가 전년 동기보다 861억원이 증가해 전체 영업비용의 32%를 차지했다. 또한 2023년 임금 인상 소급분 지급 등에 따른 일시적인 인건비 증가분 519억원도 추가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하계 최대 성수기 및 추석 연휴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항공기가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저비용 항공사(LCC)들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2분기 매출 3082억원으로 전년보다 1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4.9% 감소한 9억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고환율과 공급망 이슈로 적자 전환했다. 제주항공의 2분기 별도 기준 실적은 매출 4279억원, 영업손실 95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 또한 2분기 영업손실 220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매출은 326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9%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전통적 비수기에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영업이익이 악화한 것은 고환율·고유가 등으로 고정비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및 기자재 리스(임차)비와 유류비 등을 모두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커지고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다. 아울러 고정 지출비의 30%가량을 연료 유류비로 지출하는 만큼 유가 상승 시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아울러 인건비 상승도 실적 부진을 끌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CC 4사 합산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감소했는데 이 중 인건비 증가분이 590억원"이라며 "2019년 적자 당시부터 미뤄왔던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을 재개했는데, 현재 항공기 생산, 국제선 공급 좌석, 항공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 임금 상승 폭도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의 환율 내림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하반기 항공사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1400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1330원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말까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변동한다면, 항공사 실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료비 감소"라며 "환율 하락으로 하반기 항공사의 연료비가 기존 예상치 대비 2%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달러 결제 비중이 큰 정비비·리스비·공항관련비 등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실제 비용 감소 효과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으로 인한 비용 감소 효과는 3분기보다는 4분기에 두드러질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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