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집 한 채 있는 게 죄"…실수요자만 애먹인 금융당국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산 형성 최우선 목표는 집이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마련해야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 한 채를 마련한 다음 이를 담보로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거나, 노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녀가 있다면 결혼자금으로 내어줄 자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을 활용한 대출은 모두 막혀 있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도 세대주는 물론 세대원까지 모든 자금줄을 막고 있는 것이다.
발단은 가계대출 증가에서 시작됐다. 8월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8조9000억원 증가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둔 시기란 점도 있지만 9월 DSR 2단계 시행도 가계부채를 부채질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 사이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스무 번 넘게 인상했다. 금리를 올리면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어리숙한 전략을 취했는데, 대출 수요를 억누르지 못했다.
결국 시중은행은 이번주부터 1주택자 이상 보유한 고객의 모든 대출을 막았다. 갭투자를 막겠단 의도지만 피해는 실수요자까지 불똥이 튀었다.
전세자금대출까지 막은 것인데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수도권으로 이직 예정인 직장인,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이유를 가진 서민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일단 은행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며 금감원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실제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상보다 규제를 강화한 배경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한마디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라며 더 강한 규제를 언급했다. 이후 시중은행에서 1주택자 대출 금지라는 초강수 대안이 나온 것이다.
서민들의 곡소리가 들리자 금융당국은 10일 시중은행과 대책을 논의한다. 대출 규제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게 업계 대부분 시각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전 정부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고자 20번 넘게 정책을 변경했지만 잡지 못했다. 현 정부는 부동산과 가계부채를 연동한 억제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설익은 미봉책 말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