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아 의료 체계 붕괴…"복지부 내 '소아·청소년 의료과 신설'이 해결책"

강두철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거제아동병원장)

2024-09-11     백종훈 기자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 강두철. (사진제공=대한아동병원협회)

의정 갈등에서 비롯한 사회적 혼란이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소위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사태가 이번 의정 갈등의 시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을 연 소아청소년과 병원 수가 적어 진료를 받으려면 새벽부터 나와 길게 줄을 서야 하는 실정이다.

이를 놓고, 정부 입장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힘들어하니 의사 수를 대폭 늘리자는 논리가 깔리면서 의정 갈등이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를 살펴보면 OECD 평균의 2.5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왜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사태가 벌어진 걸까.

답은 간단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와는 별개로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소아청소년과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 수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한 번 더 품을 수 있다. 

핵심은 '저출생'에 있다. 출산율이 낮으니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상이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의사들도 자연스레 소아청소년과를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23만명이다. 이때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은 0.72로 2015년에 1.24명을 찍은 이후 계속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국가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때문에 출산율 향상을 지금 국가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굉장히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2006년 이후부터 여태까지 저출생 대책에 200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합계 출산율은 되려 뒷걸음질 친 게 그 반증이다. 확실한 정책적 틀 없이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이에 미국이나 일본은 저출생에 정책적으로 선제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보건복지부 안에 모자보건국을 두고 출산할 수 있는 여성, 임산부, 유아, 소아·청소년의 건강과 복지를 전담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1일, 총리 직속 기관인 '아동가정청'을 신설했다. 내각부나 후생노동성이 기존에 담당했던 저출생 대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아동가정청 한 곳으로 모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아·청소년 의료 정책을 책임지는 독립부서가 없다. 미국이나 일본을 보더라도 출산을 책임질 산부인과, 질병에 걸린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소아·청소년과 간 촘촘한 의료 연계가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음에도 말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얼라', '어린놈'으로 불리던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어린이'로 부르기 시작했다. 

명칭 하나로 상황이 180도 바뀔 수는 없다. 하지만 명칭이 바뀌고 인식이 변하면 결국은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방정환의 말이 아니더라도 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를 이어 나갈 우리 후손을 지켜내기 위해 독립된 '소아·청소년 의료과 신설'이 필요한 때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