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가계대출 옥죄기에 '서민 등골 브레이커' 된 은행들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금리가 올라간 것도 속상하지만, 은행 문턱부터 고객을 거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출 거절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고객은 집 계약하고 한 달 뒤 입주하기로 약속했지만, 입주 2주를 남기고 은행에서 한도가 줄었단 연락을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한도가 줄었단 해명인데 원치 않으면 주택담보대출을 취소하란 얘기까지 들었다.
결국 이 고객은 줄어든 한도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 10.6%의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또 다른 고객도 대출 갈아타기 문의를 위해 한 은행 지점을 찾았지만, "신규 대출은 받지 않는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지만 같은 은행 다른 지점을 찾은 결과 대출심사를 받을 수 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처럼 영업 현장은 대출한도 축소와 함께 대출을 아예 못받을 수 있다는 불안함으로 혼란스런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하고 어느 정도 지침을 내렸지만, 일부 현장은 고객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거부·한도 축소와 같은 일률적인 영업 행태로 고객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금리는 기본적으로 '기준금리+가산금리'로 정해진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인 코픽스로 정해지는데 최근 몇 달 새 하락 중이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대출금리도 더 낮아질 것이란 희망도 있다.
그러나 현장은 기대와 다르다. 예상치 못한 높은 가산금리와 낮은 한도로 서민들은 이사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책임을 묻는다면 금융당국에 물을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증가를 막으란 주문은 금융감독원에서 시작됐다. 대신 은행의 자율적 조치라는 명분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금융당국의 눈치에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결국 가계대출을 억누르기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대출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면서 은행의 예대마진 차가 커졌다.
은행 실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겠지만 결국 이자놀이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은행을 두고 어려울땐 세금으로 연명하면서 고객이 힘들땐 제 잇속만 챙기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대출규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은행 배불리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들여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