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문제, 日해법은①] 히키코모리 사회 복귀…'치유' 아닌 '공감'부터
청년의 '일 경험' 실현 위해 지원센터 구슬땀 소다테아게넷, 소통·교감 능력 육성에 주안점
[뉴스웍스/도쿄=백종훈 기자] 일본에서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란 단어가 등장한 시기는 1990년부터다. 당시 일본은 거품경제 시기가 끝나고 사회적 문제가 대거 발생했다.
등교를 거부하던 청소년들은 이제 중년이 됐다. 현재 일본 내 히키코모리 인구는 약 7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할 의지가 없는 니트(NEET) 인구 80만명까지 포함하면, 약 150만명에 달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에 대한 일본 내 사회적 합의가 아직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고립·은둔 청년 해법 마련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고 국가 예산을 편성함에 있어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립·은둔 청년이 40대나 50대가 되면 점점 사회 복귀와 참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제 80대 부모가 50대 자녀의 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지나친 경쟁 사회가 청년들을 히키코모리로 내몰진 않았는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지원센터인 '소다테아게넷' 역시 히키코모리에게 반성과 성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서서히 사회를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 센터를 찾은 젊은 청년들은 스스로 고립에서 벗어나 직장을 얻고 사회로 나갈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질병 아냐…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감기"
소다테아게넷은 우리나라의 고립·은둔 청년지원센터와 교류가 깊다. 2001년 센터를 출범해 지금은 일본 내 대표적인 히키코모리 지원센터로 성장한 만큼 국내 청년지원센터도 배움을 자처한다.
명성은 있지만 센터의 첫 모습은 소박했다. 도쿄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다치카와시 다카마쓰초에 위치한 소다테아게넷은 일본의 주택촌과 함께 자리잡고 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전형적인 도심이 자리잡고 있어 상반된 모습이 우리 사회를 보는 듯 했다.
1층 입구에는 타인과의 대면 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히키코모리들이 소다테아게넷 구성원들과 편히 소통을 나눌 수 있게 전화를 비치했다. 이를 통해 시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소다테아게넷 센터는 총 3개층으로, 지하 1층은 교육 활동 공간으로 활용 중이며 1층은 자유활동 공간, 2층은 행정업무 공간으로 구성했다.
특히 자유활동 공간에서는 서로 교감을 나누거나 식사나 게임, TV 시청 등 문화 활동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어 센터를 찾는 히키코모리들에게 이곳은 인기가 많다. 센터를 찾은 히키코모리들은 자유활동 공간에서 수다를 떨거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에 함께 식사하거나 같이 아르바이트 경험을 쌓기도 한다.
소다테아게넷 관계자는 "소다테루는 일본어로 '육성하다'를 뜻한다"며 "이곳 자유활동 공간에서 소통 능력과 교감 능력 등을 키우며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에 1주일 기준으로 약 20명의 방문객들이 새로 찾아온다"며 "주말에는 40명에 가까운 방문객들이 몰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부모 손에 이끌려 오지만 나중에는 본인 스스로 의지가 생겨 자발적으로 센터로 발길을 옮긴다"며 "여러 활동을 통해 사회 복귀에 대한 의지가 점차 강해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를 질병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감기처럼 일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른 지원 프로세스도 마련한 상태다. 때문에 히키코모리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일반 사람처럼 여기는 풍습이 생겨났다. 동시에 이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의 폭은 넓혔다.
◆청년 지원은 곧 사회 투자…"국가 예산 기대지 말고 스스로 성공 모델 만들어야"
구도 케이 소다테아게넷 대표는 "투자 활동은 경제적 수익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사회 투자는 개인이 가진 열정과 시간, 지식이나 기술에 의해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직의 청년들이 원하는 사회 참여, 경제적인 자립 등을 응원하고 실현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은 소다테아게넷이 해야 할 임무"라고 부연했다. 이어 "무직 청년들이 일 경험을 통해 일을 하게 되면 세금을 낼 소득을 벌 수 있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라며 "1990년대 수면 위로 떠오른 히키코모리 문제는 이제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일본 내 니트족은 60만명, 히키코모리는 70만명에 이른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 중 3분의 1은 비정규직이며, 20%가량은 연수입 200만엔 이하의 수입을 얻고 있을 뿐이다.
구도 케이 대표는 시민 단체가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현실적 방안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시민단체는 공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해 공공 정책화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가나 행정기관에 예산을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성공 모델을 만들어서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정책의 최종 목표를 '안정적 고용'에만 두지 말고 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 형태를 취하고, 수입을 안정화하게끔 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