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운용손실 낸 신한투자증권…비상대책반 가동
최근 7년 간 증권업계 전체 사고액보다 200억 많아…전수 조사 착수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대규모 금융사고를 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LP는 ETF나 주식워런트증권(ELW) 종목에 매수와 매도 호가를 제시하며 가격 안정성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를 낸 신한투자증권의 대리급 LP는 추가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선물 매매에 나서다 손실이 불어났고, 이를 숨기고자 스왑 거래를 허위 등록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증시가 주저앉았던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계속해서 매매에 나서다가 추가적인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이 금융사고 발생을 알린 건 이달 중순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여가 지나서야 뒤늦게 손실이 난 사실을 알았다는 뜻이다.
신한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이미 손실 여부를 팀장이 인지했으나, 보고가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술한 통제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전날부터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 관련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금감원으로 하여금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조사토록 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이번 금융 사고 금액(1300억원)은 최근 7년간 국내 증권사들의 전체 금융 사고액(1100억원)보다 200억원 많은 금액이다.
지난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신한투자증권에서는 199억97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증권사 중 3위에 해당한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부실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증권업계 중에서는 선제적으로 지난해부터 책무구조도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내부통제와 관련해 모범적인 이미지를 쌓으려 했던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전날 사내 내부망을 통해 "최고경영자로서 자신을 반성하고 책임을 크게 통감한다"며 "비상대책반을 공식적, 체계적으로 가동할 예정으로, 이를 통해 사실관계와 원인 파악이 명확해지면 여러 방법을 통해 임직원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던 김 대표는 아직 임기가 1년가량 남아있다. 특히 통상 1년씩의 연임 임기를 부여하던 관례를 깨고 내년 말까지 2년 임기를 부여받으며 그룹의 두터운 신뢰 속에 증권사 수장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문제로 거센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신한투자증권에서 재차 문제가 터진 만큼 사고 시점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확한 사고 경위가 조사된 것도 아니고, 임기도 남아있기에 수장 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너무 이르다"면서도 "증권사에서 지속적으로 큰 금액의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일정 부문의 압박(프레스)은 가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