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핀테크로 여는 포용금융의 미래…기회와 과제는
신은정 백석대학교 첨단IT학부 교수(전 국민통합위원회 포용금융 특위위원)
최근 금융계에서 '포용금융'이라는 키워드가 뜨겁다. 포용금융이란 저소득·저신용 계층과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양극화가 심화하고 금리 상승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포용금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핀테크(FinTech)를 활용한 포용금융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핀테크가 제공하는 이점은 분명하다.
우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금융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기존 금융기관에 비해 운영 비용이 낮아 보다 저렴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동안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었던 계층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핀테크의 장점을 활용한 포용금융 서비스는 이미 해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프리카의 금융 사각지대였던 케냐에서는 'M-Pesa'라는 모바일 지불결제 시스템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민자들의 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개발된 'Re:start'라는 모바일 뱅킹 앱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Acorn'이라는 소액투자 앱이 젊은 층의 자산 형성을 돕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혁신적인 대출 서비스도 등장했다. 미국의 'Kabbage', 동남아시아의 'Funding Societies'와 'Validus'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서비스는 기존 금융기관이 활용하지 않던 매출 데이터, 회계 정보, 심지어 소셜 미디어 활동 내역까지 분석해 대출 심사에 반영,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으로는 대출받기 어려웠던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핀테크를 통한 포용금융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19년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근로자가 급여일 전에 일한 만큼의 임금을 미리 받을 수 있는 '페이워치' 서비스가 있다. 이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Kross'서비스는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소상공인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기존 은행의 신용평가 모델로는 대출받기 어려웠던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얼리페이'는 매출 선정산 서비스를 제공해 소상공인들의 단기 운영자금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에서 이러한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필자가 위원으로 참여 중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별위원회'에서는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핀테크 육성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 과정에서 현행 제도의 한계점들이 다수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현재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최초 2년에 1회 연장 가능한 한시적 특례에 그치고 있어, 혁신 기업들의 장기적인 사업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가 데이터 활용의 폭을 제한하고 있어,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핀테크를 통한 포용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향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규제 샌드박스와 병행해 지속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혁신적 아이디어의 실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따라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한시적 혁신 금융서비스 허용에 그치지 않고, 샌드박스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인 규제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둘째, 정부 주도하에 데이터 활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한 개인사업자 대환대출 활성화로 금융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관련 데이터는 여전히 산재해 있고 활용이 제한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이 문제를 검토 중이나,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포용금융 관련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초기 단계의 포용금융 핀테크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원·자금·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핀테크 지원센터와 혁신펀드를 통해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포용금융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포용금융은 단순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넘어 경제적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핀테크를 통해 더 많은 이가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금융기관·핀테크 기업의 협력을 통해 포용금융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