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해법 찾기⑤] 학교밖 청소년 안전망 구축…"조기에 예방 중요"

권혁도 경상남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센터장 인터뷰 고립·은둔 청소년 49명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 참여 '1대 1' 전담인력 가정방문..."인력·전문성 확대해야"

2024-10-24     김다혜 기자
권혁도 경상남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센터장. (사진제공=경상남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고립·은둔은 단순히 청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가족과 사회 전반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종종 강력범죄의 가해자가 '은둔형 외톨이'였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를 향한 사회적 시선은 더욱 차갑다. 하지만 고립·은둔은 주로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결과로 단순히 개인만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 특히, 청소년 시기 겪게 된 고립·은둔은 성장 기회를 가로막는 만큼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뉴스웍스는 지난 20여 년간 청소년을 위한 복지 활동 현장에서 다양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온 권혁도 경상남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을 만나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학교밖청소년센터에서 진행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경상남도학교밖청소년센터에서는 여성가족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추진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통해 9명의 전담인력이 고립·은둔 청소년을 발굴하고, 맞춤형 지원 및 사후관리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해 청소년과 그 가족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경남학교밖청소년센터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사업은 ▲발굴 및 홍보 ▲맞춤형 서비스 ▲기반강화 이렇게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발굴 및 홍보 분야에서는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을 위한 콘텐츠 제작과 사업 홍보, 그리고 온라인 아웃리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발굴된 청소년들에게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각자의 특성에 맞춘 방문상담, 활동, 학습 등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과 자조모임, 외출 프로그램 등 집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와 가족에 대한 부모교육, 자조모임도 함께 진행한다. 서비스 제공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사례담당자와 청소년이 서로 동의를 통해 탈고립과 탈은둔을 진단하면 인근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의 다른 관계기관에 연계하여 사후관리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기반강화를 통해 앞서 진행한 지원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전문인력양성과 유관기관 종사자 교육, 인식개선 캠페인, 실태조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 어떻게 운영되는지.

"10월 18일 기준 69명의 고립·은둔 청소년이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에 지원해 발굴됐고, 이 중 49명이 고립·은둔으로 판정돼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고립·은둔으로 판정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기관을 연결하거나, 서비스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고립·은둔의 특성상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님이나 기관을 통해 발굴되고 있다. 이 외에도 청소년전화 1388, 온라인 아웃리치 등을 통해서 스스로 서비스를 신청한 청소년도 14명이 있다.

최근 진행한 전국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를 통해 고립·은둔 상태이면서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를 희망하는 청소년이 경남에는 16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에 대한 초기면담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연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은 경상남도를 포함한 12개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경상남도와 광주광역시의 2개 광역시도, 10개 시군구로 사업이 확대될 예정이다.

고립·은둔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상 청소년에 대한 상담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 대한 상담과 함께 다양한 지원서비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지원은 경우에 따라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과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업 유지가 필수적이다. 또 전담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대상 청소년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면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부터 지원방안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은둔 청소년 스크리닝 척도'를 통해 ▲사회단절고립 ▲회피 ▲불규칙한 생활규칙’의 세 가지 주요 영역을 통해 고립·은둔 정도를 진단한다. 이 중 두 개 이상의 영역에서 기준 점수를 초과하면 고립으로 판정되며, 세 개 이상의 영역에서 기준점수를 초과할 경우 은둔으로 판정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은둔 청소년 스크리닝 척도는 사업대상여부를 결정하는 도구 중 하나로 실제 지원방향과 계획은 청소년, 부모, 연계기관과의 긴밀한 초기면담을 통해 청소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고립·은둔으로 판정된 청소년에 대한 개입방향은 초기면담을 통해 설정되고, 최소 2~3회의 사례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개입 계획이 수립된다. 이후, 월별 및 분기별 점검을 통해 효과적인 개입방향을 논의하고, 청소년과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탈은둔 사례가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은.

"고립·은둔을 겪는 청소년들인 만큼 방문 자체를 불편해하거나 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번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전담인력 선생님들의 인내심 있는 지원 덕분에 마음을 열어가는 친구들도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새벽에만 외출할 수 있었던 10대 후반의 남자 청소년이다. 은둔생활로 낮과 밤의 생활 패턴이 바뀌었고, 이러한 생활이 길어지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힘들어했다.

새벽 5~6시에 집 주변을 산책하는 이 친구의 모습을 포착한 전담인력 선생님이 그 시간에 맞춰 가정을 방문하고, 함께 새벽 산책을 하며 상담 지원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두세 달 동안 새벽 지원을 계속하면서, 외출 시간을 낮으로 조금씩 당기기도 하고 다시 새벽으로 돌아가기도 하며 점차 외출량을 늘렸다. 최근에는 해당 청소년이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기 위해 이사를 갔다. 새벽에만 나오던 친구가 자기 방을 넘어서 다른 지역으로 간 것은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그 친구를 응원하면서, 사후관리를 진행 중이다."

-최근 고립·은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고 있다. 이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 방안은.

"청소년기의 고립·은둔은 사회에 진입하는 초기 단계에서 교육기회를 놓치고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해 장기적인 고립·은둔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청소년기에 조기 개입이 필요하고, 이는 청년기와 성년기로 넘어갈 때 고립·은둔 성향이 굳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고립·은둔 문제는 단순히 청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가족과 사회 전반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만약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고립과 은둔에 처한 청소년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 사회적 연결망 강화, 그리고 경제적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

고립·은둔 청소년, 청년을 얘기할 때 '은둔형 외톨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의지가 없다', '게으르다', '나약하다' 등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고립·은둔은 주로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결과로, 단순히 개인의 나태함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이해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더 큰 이해와 지원 속에서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사회와 연결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조성되고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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